'Animation Talk'에 해당되는 글 24건

  1. 2010.04.23 당근과 채찍 vs. 동기부여 7
  2. 2010.04.09 보노보노
  3. 2010.04.02 3D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극대화 시켜주는 입체 영화
 

최근, 며칠의 간격을 두고 흥미로운 몇 개의 글을 접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보상, 이른바 "당근과 채찍"의 방법이 요즘처럼 복잡한 사회구조 속에서는 오히려 생상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 내용들은 그저 막연한 생각들을 정리한 글이 아니라 권위있는 연구소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연구한 결과들이 자료로 포함되어 있었다.
 
목표로 하는 성과를 빠른 시간에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보통 "보상"을 당근으로 내놓는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것이 잘 활용되는 것처럼 보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당연히 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
"스케쥴 안에 결과물을 만족스럽게 내면 보너스와 휴가를 주겠다"고 하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당연히 더 집중해서 일을 할 것이고 보통 때보다 더 빠르게 일을 끝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적인 결과이다.
하지만 그것이 항상 옳지는 않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항상 옳지는 않다'는 말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는 뜻이다.  당근 효과가 제대로 먹혀드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기계적인 단순 작업의 경우에는 보상의 효과는 뚜렷하게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폭넓은 사고를 필요로 하는 21세기의 업무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난다"
 
정말 그럴까?  고개를 갸우뚱 했다.  설마...하고.
 
하지만 과학적인 증거가 있다.  그것도 반 세기가 넘는 아주 오래된 실험이...
난 그 실험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처음 접하는 내용이기도 했지만 창의적은 일을 하는 우리들 같은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문제라고 느꼈다.
 
아래는 그 유명한 "촛물문제"에 대한 설명을 담은 유튜브의 동영상이다.
 
(View subtitles을 클릭해서 korean을 선택하면 한글자막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요점만 말하자면,
문제 해결을 위해 인센티브가 주어지면 그 문제에만 시야가 집중하게 되어 생각의 폭은 좁아지게 되므로 폭넓은 사고를 필요로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인센티브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조립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방법을, 창의적인 일을 하는 예술가들에게 적용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좋겠다.
 
당근과 채찍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21세기형에 맞는 효과적인 생산성 향상의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한 해답도 간단하게 제시하고 있다.  
바로 "내적인 동기부여"가 그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1.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2. 좋아해서
3. 재미있어서
4. 중요한 것의 일부여서
 
어찌보면 우리의 일상에서 항상 피부로 느끼는 내용들이다.
애니메이션 업계의 이직율이 상당히 높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바로 이어지는 프로젝트가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인원들을 감축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사실 프로젝트 중간에 퇴사하는 사람들의 비율도 무시할 수 없다.  내가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그들 대부분이 말하는 이유는 비슷하다.  "소모품 취급 당하는 것이 싫다" 라는 이유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싶지만 회사에서는 단순 작업자를 원하기 때문에 일에 재미가 없다는 말이다.  그들에게는 아무리 좋은 당근을 코 앞에 제시해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기계적인 노동을 하는 단순 작업자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바로 내적인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직원들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서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하고 더 나아가 회사에 인재를 남기기 위해서는 바로 위에 제시한 4가지의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그런 "내적인 동기부여"를 줄 수 있을까?
우연의 일치인지, 위의 내용을 접한 비슷한 시기에 아래의 글을 접했다.
미국의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출간하는  Harvard Business Review  라는 책에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글이 있다.  "무엇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가?" 라는 제목의 연구 내용인데 아주 흥미롭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원문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오랜 시간동안 많은 직장인들에게서 그날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한 일과 무엇이 동기부여를 했는지 등등을 일기 형식으로 이메일을 모았다.  약 12,000개에 달하는 일기를 종합해서 얻은 결과,
그들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은 "일에 대한 진전(progress)" 이었다.  다시 말해 자기가 맡은 일이 조금씩 진전되어가고 있다고 느낄 때, 가장 큰 만족감과 동기부여를 얻는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회사 경영자들과 관리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잘한 일에 대한 보상"보다 훨씬 높은 순위였다.
 
 
반대로 업무에서 무기력함을 느끼는 순간은 매일 하는 일이 제자리에서 멤돌고 있다고 느끼거나 장벽이 가로막고 있을 때를 꼽았다.  위에서 말한 단순 작업자 취급을 받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바로 그런 순간일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수많은 창작자들의 결과물이 조화된 하나의 집합체이다.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는 한 사람의 결과물이 아니다.  나 하나 잘났다고 다른 사람들을 단순 작업자 취급을 한다면 결코 성공적인 작품이 탄생하기는 힘들다.  작품의 기획에서부터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가치있는 일이라고 느끼게만 해준다면 아마 일부러 내쫓으려고 해도 붙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대부분 애니메이션 기업들에서는 오늘도 여전히 수많은 예술가들이 단순 노동자 취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그렇다고 절망하기엔 이르다.  문제가 있는 곳에 반드시 기회도 같이 있는 법이다.  권한이 있는 사람들이 생각을 조금만 바꾼다면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회사들은 그야말로 빅뱅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행동"이 과연 언제 시작될 것인가다.
 
2010. 4. 23
 
 
참고글 :
■ Harvard Business Review The HBR List : Breakthrough Ideas fo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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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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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Animation Talk 2010. 4. 9. 16:42

고개를 들면 내게 웃음을 주는 녀석들~^^

Posted by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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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D 입체영화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제 아무리 입체안경을 쓰고 본다고 해도 평면의 스크린에 영사되는 이미지에서 입체적인 영상을 구현한다는 게 얼마나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또 실제로 체험을 해 봐도, 안경을 쓰고 보는 불편함은 둘째치고 눈은 눈대로 피곤하고 기대한 만큼의 입체적인 영상도 아니었습니다.  입체영화는 단순히 장삿속으로 만들어지는 '재미로 한 번 볼 만한' 부가수익의 대상일 뿐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픽사의 'UP'을 보고는 생각이 확 달라졌습니다.  너무나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스크린은 더 이상 스크린이 아니라 새로운 저 너머 세상을 보여주는 창이었습니다.  시각적인 거부감도 전혀 없었고 눈의 피로감도 없었습니다.  안경을 쓰고 있는 불편함도 잠깐이고 이야기속에 빠져들어서 마치 내방 창문에 턱을 괴고 앉아서 앞 마당에 펼쳐진 실제 세상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본편 상영전에 '토이스토리3' 예고편이 역시 입체로 나오는데, 왜 그 예고편을 카메라를 고정시켜놓고 캐릭터들을 연기시켰는지 바로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말 그대로 '무대'더군요.  스크린이 저 너머로 깊이있게 확장되면서 바로 연극무대처럼 펼쳐졌습니다.  단순히 레이어들의 거리감으로 느껴지는 입체감이 아니라 공 하나마저도 깔끔하게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픽사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지요.


같은 상영관에서 불과 얼마전에 '코렐라인'을 3D 입체영화로 감상하였을 때와는 너무나 딴판이었습니다.  '코렐라인'을 봤을 때는 보는 내내 눈이 피곤해서 수시로 안경을 벗고 눈을 비벼댔습니다.  그리고 입체영화의 단골이라 할 수 있는 '화면 가까이 뾰족한 물건을 들이대는' 영상이 나올 때는 스토리에서 튕겨나오는 기분이었습니다.  도무지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이번에 봤던 'UP'은 분명 달랐습니다.  카메라에 물건을 들이대는 장면도 없을뿐더러 노골적으로 입체영상을 강조하는 샷도 없었습니다.  다만 모든 장면 장면이 마치 내 앞의 무대에 펼쳐진 실제라는 느낌이었습니다.

 

픽사마저도 'UP'을 픽사 최초의 3D입체 영화라고 내세워가며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분명 거기엔 단순히 추가적인 수익의 창출 이상의 이유가 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저는 3D 애니메이션이 그 표현의 한계에 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쥬얼이 아니라 스토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3D 애니메이션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은 이제 더 이상은 없어보였습니다.  뭔가 시각적으로 새로운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은 갈수록 커졌습니다.  아마 매일 모니터를 마주하고 앉는 수 많은 3D 애니메이션 관련자들 역시 같은 마음일 겁니다.  그 돌파구의 하나로 3D 프로그램으로 2D 애니메이션 느낌의 비쥬얼을 표현하는 시도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수 많은 개인작품은 물론이고 일본에서는 이미 TV 시리즈와 극장판을 가리지 않고 2D와 3D를 매우 자연스럽게 접목시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는데 역시 계속 도전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한 계단씩 올라서서 지금에까지 이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역시 아무리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고 해도 3D가 2D를 흉내내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 느낌이 들까요.

 

한 작품을 볼 때, 우리의 눈과 뇌는 그 표현에 있어서 일관성을 기대합니다.  시대적인 배경에 알맞는 사건들,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 음악, 또 배경과 캐릭터의 조화로운 비쥬얼 등 등...  서로 서로가 한 작품 안에서 조화롭게 표현되어야 우리는 그 이야기속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평면적인 그림속 세상이라고 생각했던 화면속에서 갑자기 입체적인 구조물이 눈에 들어오면 우리의 눈(뇌)는 순간 거부감을 느낍니다.  뭔가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지요.  일관성이 깨어지는 순간입니다.  그건 분명 그림으로 입체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텍스춰를 2D 애니메이션의 질감으로 입힌다고 해도 일단 화면상에서 입체감있게 회전하면서 다른 면을 보여주기 시작하면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회화 그림 속에 사진을 보는 순간의 깨는 느낌이랄까요.  그 이질감을 최소화 하는 것이 2D 애니메이션에 3D를 접목시키는 노력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저라면, 비싼 장비들을 가지고 손으로 그린 그림의 흉내를 내는데 애쓰기 보다는 3D 애니메이션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을 살리는 방법을 찾겠습니다.  바로 그 3D 애니메이션의 정점을 살리는 하나의 방법이 입체영상이라고 픽사도 생각한 것 같습니다.  3D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실제 같은 이미지입니다.  단순히 평면에 투사되는 사진 같은 이미지에 만족하지 않고 한 단계 나아간다면 그게 입체영화 말고 뭐가 있겠습니까.

 

입체영화라도 다 같은 입체영화가 아니라,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히 준비된 입체영상이라는 건 보는 순간 확실해집니다.  올해 극장에서 개봉된 애니메이션들만 해도 '몬스터 vs 에일리언', '코렐라인:비밀의 문', '아이스에이지 3' 등등 속속 입체 상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인 '코렐라인'을 많이 기대했었습니다.  가상의 무대가 아니라 실제 세트를 만들어놓고 촬영하기 때문에 그 입체감이 뛰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마치 촛점이 안 맞는 안경을 쓴 것처럼 눈이 매우 피로했었습니다.  기술적인 분야는 잘 모르지만, 기획단계부터 하나의 과정으로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랜더링 되는 이미지와, 이미 완성된 이미지를 후처리(?)해서 만들어지는 이미지의 차이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하여튼, 관객의 눈을 찔러대는 자극적인 입체 화면이 아니라 우리를 진정 그 작품속으로 초대하는 새로운 경험의 도구로서 3D 입체영화는 앞으로의 대세인 것 같습니다.

 

※ 개인적으로, 'UP'을 꼭 3D 입체영화로 '추가로' 관람해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왜 '추가로'인가 하면, 원어의 느낌을 느껴보려면 천상 일반 상영관에서 보는 방법 밖에는 없는데,  대부분의 애니메이터들이 원어의 느낌과 캐릭터의 액팅을 매치시켜보기 위해 자막 상영으로 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국내 상영관에서 3D디지털-자막 상영관은 몇 개 없습니다.  저도 더빙판으로 관람했습니다.   너무 아쉬운점이죠.  관람료도 인상되어 기본 9,000원인데 3D 입체상영은 12,000원이나 합니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도 대세에 동참하려면 우선 경험을 해 봐야죠!

 

2009.8.4

Posted by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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