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한 지인의 페이스북에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특수고용노동자의 권리 개선을 요구하는 플래카드인데, 애니메이터가 그 안에 포함되어 있더라는 내용이었다.
출처 : http://www.facebook.com/umyegoon
그런데 애니메이터가 왜 포함되어 있을까? 여기서 말하는 애니메이터는 동화와 채색을 하는 2D 애니메이터를 말하는 것 같다. 아마도 10년 전에 대법원까지 갔던 애니메이터 퇴직금 관련 소송 사건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과거 2D 애니메이터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해 왔는지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인데, 도급계약으로 일을 하는 소규모 스튜디오들이 많아서 그 직원들은 4대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었다. 그런데 저 플래카드를 보니 여전히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출처 : 전국애니메이션노동조합 http://www.katu.or.kr/
요즘에는 애니메이터 하면 대개 CG 애니메이터를 말한다(컴퓨터에서 3D툴을 이용해서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이 나오면서부터 기존의 애니메이션과 구분하기 위해 3D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최근에는 3D라고 하면 입체영화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또 의미가 모호해졌다. 그래서 CG 애니메이터라고 썼다). 과연 CG 애니메이터들은 2D 애니메이터들보다 나은 대우를 받고 있는지 생각을 해 보았다.
애니메이션 회사치고 자금사정이 좋은 회사는 드물다. 하지만,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라고 해도 입사할 때 연봉계약을 하고, 보너스는 안 나오지만 매달 정해진 급여를 받고, 4대보험의 혜택도 받고, 퇴직할 때 퇴직금도 받고, 이정도면 "힘들어서 못해먹겠다"고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같은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을 가진 게임회사의 애니메이터들과 비교하면 연봉 수준이나 복지 수준이 차이가 있지만 게임회사도 게임회사 나름 아니겠는가.
그런데, 며칠 전에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다.
미국의 포춘(Fortune)지가 매년 발표하는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100개 회사"가 발표되었는데, 놀랍게도 드림웍스(DreamWorks Animation SKG)가 10위에 랭크되었다.
이 조사는 각 기업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직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해서 얻은 결과라서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1위를 차지한 SAS라는 회사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인데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처음 이 통계가 시작된 이래 14년간 계속 명단에 올랐다. 동종 업계의 평균 이직률이 22%인 반면 SAS는 평균 2.6%에 불과할 만큼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도는 대단하다.
드림웍스가 10위에 랭크될 만큼 좋은 점수를 얻은 구체적인 이유를 보면, 회사에서 공짜로 제공되는 아침과 점심 식사, 영화 상영, 오후의 요가 교실, 사내의 Art-Class 교육, 매달 이루어지는 파티 등이다. 그리고 드림웍스의 직원이면 누구나 영화의 아이디어에 대한 피치를 할 수 있도록 문이 열려있다는 것도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놀라움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을 발견했으니, 시간당 급여 수준 항목에서 1위에 랭크된 것은 다름 아닌 드림웍스였다!
표를 보면 "Hourly employees" 즉 시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의 급여 항목에 드림웍스가 1위이고, 드림웍스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직종은 애니메이터, 그리고 그들의 평균 연봉 수준은 $118,670 으로 나와 있다. 우리 돈으로 1억4천만 원 정도다. 단순히 이 통계만 봤을 때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하지만 "드림웍스 애니메이터 연봉이 1억?" 이라고 너무 비약해서 해석하면 안 된다. 통계는 어디까지나 통계일 뿐이다. 드림웍스에서 시급을 받고 일하는 직원이 애니메이터만 있는 것도 아니고, 시급이라는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파트타임, 이른바 "아르바이트" 개념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도대체 "Hourly Employees"가 정확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여기저기서 자료를 찾아보면서 나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들이 많았다. 간단하게 미국의 급여제도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미국의 급여제도는 임금형태에 따라 크게 "Salaried Employees"와 "Hourly Employees"로 나뉘는데, "Hourly Employees"를 "시급제"로 해석하면 되겠지만 "Salaried Employees"는 뭐라고 해야할지 딱 맞는 말을 찾지 못하겠다. "봉급제" 또는 "월급제"로 해석하기에는 정확하지가 않은 게, 미국은 1주나 2주 단위로 급여를 받기도 하고 월 단위로 급여를 받기도 하는데 "Hourly Employees" 역시 똑같은 방법으로 지급받기 때문이다.
어쨌든, 미국에서 "Salaried Employees"의 형태로 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주로 관리직 이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반사무직이나 전문직도 있지만 여기서 전문직이라 함은 로펌(Law Farm)에 소속되어 일하는 변호사나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정도가 되겠다. "Salaried Employees"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직급에 따라서 급여가 결정되고 거기서 결정된 급여를 1년 동안 나눠서 지급받는다.
어쨌든, 미국에서 "Salaried Employees"의 형태로 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주로 관리직 이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반사무직이나 전문직도 있지만 여기서 전문직이라 함은 로펌(Law Farm)에 소속되어 일하는 변호사나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정도가 되겠다. "Salaried Employees"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직급에 따라서 급여가 결정되고 거기서 결정된 급여를 1년 동안 나눠서 지급받는다.
"Hourly Employees"의 형태로 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주로 생산직, 기능직인데, 시간당 급여를 결정해서 거기에 일 한 시간만큼 곱해서 급여를 계산한다.
위의 설명대로라면 "Salaried Employees"의 급여가 연봉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우리의 급여 제도에 가장 가까운 것은 "연봉제"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알맞을 듯하다.
위의 설명대로라면 "Salaried Employees"의 급여가 연봉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우리의 급여 제도에 가장 가까운 것은 "연봉제"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알맞을 듯하다.
위의 두 형태의 가장 큰 차이는 시간외수당이다. 미국의 노동법에는 주 40시간 이상 일하면 평소 급여의 1.5배에 해당하는 시간외수당을 지급하도록 되어있는데, 연봉제(Salaried Employees)로 고용된 사람들은 노동법에 정해진 시간외수당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때에 따라서 자기 시간을 회사 일에 할애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뜻이고 또 그만큼 자기 직무의 전문성에 따라 충분한 연봉이 지급된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위의 표에서도 "Hourly employees" 옆의 "Salaried employees" 항목으로 넘어가면 대부분 금융회사들이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그래도 드림웍스는 28위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봉협상이라는 것을 한다. 말단 애니메이터로 입사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연봉제로 고용되면 원래 시간외수당은 없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들어온 연봉제 개념이 우리나라에서 기형적인 형태로 변한 대표적인 사례다. 오랜 기간 동안 회사와 직원들 사이에 연봉협상과 관련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오면서 불합리한 내용들은 사라지고 조금씩 안정적인 형태를 갖춰가고 있지만 피고용인의 입장에서는 항상 조금씩 불만이 있기 마련이다. 휴일 근무나 야근에 대한 시간외수당에 대해서도 시간이 지나면 개선이 될 것이라고 희망을 가져 본다.
사실, 단순히 돈의 액수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소득 수준이나 생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수입이 많다고 해서 부자가 되는 건 아니니까. 실제로 미국의 Blue Sky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했던 이문성님이 한국에서 세미나를 할 때 누군가 연봉에 대해 질문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넉넉하지는 않지만 먹고 살만 한 정도다" 라는 답변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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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플래카드 사진, 그리고 미국의 일하기 좋은 기업에 이름을 올린 드림웍스를 보며 느낀 것은,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의 분위기랄까?
똑같이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을 하는데 어떤 사람은 기본권을 위해 투쟁을 해야 하고, 어떤 사람은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비교가 되었다. 겉으로 드러난 단편적인 사실만으로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까지 생각한다는 것이 좀 우습게 보일 수도 있지만, 오죽하면 그렇게 겉으로 드러날 정도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힘이 들 때는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있다"라는 생각으로 아래를 보며 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발전을 위해서는 위를 바라봐야 할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아래를 봐야하나, 위를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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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은?
미국의 급여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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