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tion Talk'에 해당되는 글 24건

  1. 2010.04.02 애니메이터로 일한다는 것 3
  2. 2010.04.02 애니메이터로 일한다는 것 2
  3. 2010.04.02 애니메이터로 일한다는 것 1


<끊임없이 공부해아 살아남는다>

 

오랜만에 애니메이터로 일하다보니 힘들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즐겁습니다.
팀과 팀간의 조율이나 팀원들의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까 우선 부담이 많이 줄어서 맡은 씬의 애니메이션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작품을 대하는 시야가 좀 좁아지는 경향이 있고 프로세스 전체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없기 때문에 답답한 점이 있긴 하지만 그런 것까지 알려고 하는 건 좀 오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가장 힘든 것은 스케쥴에 대한 부담입니다.  업무량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아서 하루가 멀다하고 야근을 해도 겨우 스케쥴을 지켜내는 정도입니다.  요즘 가장 아쉬운 것은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발전을 위해 하는 공부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애니메이터로서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정보와 여러가지 팁들을 계속 접하는 기회가 너무 없어서 걱정이 됩니다.


매일 매일 스케쥴의 압박 속에서 모든 씬들을 새롭고 흥미롭게 구성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연결되는 씬 중에서 중요한 한 두 개의 컷을 골라서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것이 방법이긴 하지만  그 컷을 재미있게 구성하는 아이디어를 찾는 이른바 '리서치'에 투자하는 시간이 결코 넉넉하지 않지요.  그럴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주어진 시간의 절반은 계획하는데 쓴다'는 말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지요.  그렇다고 마냥 자기의 지식을 갉아먹으면서 살아갈 수만은 없습니다.  지식의 샘물이 마르기 전에 채워넣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바쁜 일상속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악착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야 발전도 있고 생존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던 일을 접어두고 무조건 책을 펼쳐들자는 말은 아닙니다.  현실은 현실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자극에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힌다" 라는 말이 있지요.  그말 그대로입니다.
하루에 단 한 줄이라도 배울만한 팁을 읽든지, 사람들이 추천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든지, 실력있는 애니메이터의 짧은 클립을 주의깊게 살펴보는 식으로 자기보다 잘 하는 사람의 결과물을 보고 자극을 받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자기 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결코 시간낭비가 아닙니다.  하루의 시간을 투자해서 실력을 높힌다면 당장 하루만큼의 작업은 못하겠지만 앞으로의 결과물들은 분명 그전과는 달라질 것입니다.  그 변화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어느 순간에는 크게 도약한 자신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경력이 실력이 되기도 합니다.  경력이 많아지면 그만큼 노련해지지요.  작업 속도도 빨라지고 그 결과물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어려운 씬이 맡겨지거나 더 많은 양을 작업하게 됩니다.  그즈음 되면 실력이 좋다고 인정받게 되지요.  그러나 경력과 경험만으로 쌓이는 실력에 만족하면 안됩니다.  내가 만드는 결과물은 내가 알고 있는 만큼 나오기 마련입니다.  노련함으로 살아남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끊임없이 공부해서 지식의 폭을 넓혀야 진정한 실력자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제가 그리 뛰어난 실력자는 아니지만 예전부터 애니메이터로서 실력을 쌓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1. 해외에서 활동하는 다른 애니메이터들의 팁을 익힌다
2. 좋은 작품들 속의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분석(?)하고 따라해 본다
3. 과거의 유산(?)에서 배운다

 

크게 이 세 가지 정도입니다.


다분히 개인적인 경험이라서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아마 여러분들도 대체적으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스스로 분명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추천하는데 주저하지는 않습니다.

 

주제에서 약간 벗어난 것 같기는 하지만 다음번 글에서 위 세 가지 방법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공부라는 것은 정해진 방법이 없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자기만의 좋은 방법이 있다면 서로 공유했으면 합니다.

 

공부하는 애니메이터가 됩시다!  ^^

 

2009.7.27

Posted by 김종석
,


<스케쥴, 그리고 야근>

 

올해로 애니메이션 업계에 몸담은지 10년째입니다.
신입 애니메이터로 시작해서 작품 연출까지 했다가 다시 애니메이터로 일하면서 새삼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오늘은 '스케쥴과 야근'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이건 가장 나중에 얘기할까 했는데 매일의 일상에서 가장 절실하게 피부로 느끼는 부분이라 먼저 얘기하고 싶습니다.

 

왜 야근을 하는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열이면 열 모두 똑같이 한숨을 쉬는 것으로 답을 대신합니다.  질문 자체가 우문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모두의 대답은 똑같습니다.  "스케쥴 때문이죠 뭐..."

대한민국의 애니메이션 회사에 다니는 애니메이터의 대부분이 야근을 합니다.  애니메이션 회사는 야근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일이 없으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있으면 메인 프러덕션 대부분의 기간을 야근을 합니다.


단기적인 프로젝트라면 야근하는 것이 크게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야근이라는 것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야근이 오래 지속되면 체력이 고갈되어 나중에는 일과시간에 하는 일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밤에 한 두 시간 더 작업하겠다고 하다가 낮 시간을 망치게 되는 악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주어진 작업량을 주어진 스케쥴에 적절히 배분해서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작업하면 데드라인을 넘기지 않고 마쳐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만 스케쥴이 밀립니다.
스케쥴이 지연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요.  작업자가 게을러서 늦어지는 경우도 있고 팀과 팀간에 데이터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지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의외로 말도 안되는 스케쥴 때문에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작업자가 게을러서 늦어지는 경우는 거의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죽어라고 해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스케쥴이라는 것도 처음부터 이미 오류를 안고 만들어집니다.
앞으로 작업할 것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가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별 수 없이 과거의 경험으로 대략적인 기준을 만들어서 스케쥴을 만들지만 그 역시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참고만 할 뿐입니다.  왜냐하면, 작품의 전체 스케쥴이라는 것이 대개가 전체 제작기간은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그것을 크게 쪼개고 쪼개서 각 파트별 스케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지요.


그 모든 것은 제작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주어진 제작비로 운영할 수 있는 제작기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는 확실하네요.  스케쥴을 늘릴 수는 없다는 것.

스케쥴의 데드라인은 정해져 있고, 한 사람이 하루에 할 수 있는 작업량 역시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스케쥴을 지키기 위해서 결과물의 퀄리티를 낮추는 방법이 있겠고, 퀄리티를 낮출 수 없다면 별 수 없이 작업자가 초과근무를 해야 합니다.  단순한 수학이지요.  우리는 대부분 후자를 선택합니다.  왜냐하면 작품의 퀄리티를 낮춘다는 것은 정말 있어서는 안될 일이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안 만드니만 못한 작품을 만드는 것은 바보짓이니까요.
그렇다면 작업자들이 초과근무를 하는 방법 이외에는 다른 수가 없는 것 같네요.
정말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우선 한정된 제작비와 제작기간이 있습니다.  작업자가 하루에 해낼 수 있는 작업량도 한정되어 있습니다.  작업량은 작업의 난이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루에 2초를 해낼 수도 있고 10초를 해낼 수도 있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애니메이션 퀄리티의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퀄리티를 낮춘다는 것도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무조건 반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허접한 결과물을 만들자는 것이 아닙니다.  작품 전체에서의 일관성이 중요한 것이지 무조건 픽사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업량에 대해서도 얘기 해볼까요.
전체 스케쥴에서 애니메이션 파트가 하루에 30초를 쳐내야 한다면, 하루에 3초를 쳐낼 수 있는 작업자 10명을 고용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제작비 여건상 5명 밖에 고용할 수 없다면 그 5명이 쳐내야 하는 분량은 1인당 6초로 늘어납니다.  하루에 3초를 해내는 사람이 6초 분량을 쳐내야 한다면 그 애니메이션 결과물은 어떨까요.  안 봐도 DVD지요.  

스케쥴이 우선이라고 이를 악물고 6초의 작업을 해내지만 컨펌이 나지 않습니다.  데드라인은 다가오고 계속되는 수정 때문에 야근을 합니다.  주말에도 나와 작업합니다.  체력은 바닥나고 집중력도 떨어져서 실수도 생깁니다.  그래도 마감일은 지킵니다.  작품 전체 스케쥴에 영향을 주면 안되기 때문이지요.
단기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TV시리즈나 장편을 만드는 경우에 그런식으로 한 달, 두 달 계속되면 몸이 지치는 것은 물론이요 마음까지 지치게 됩니다.  심한 경우 조금씩 애니메이션 업계에 대해 회의를 느낍니다.  그 즈음 되면 이직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비극이지요.  하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제작 파이프라인상의 시스템 문제로 인해 스케쥴이 지연되는 것이라면 그 문제의 해결 또한 시스템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시스템의 오류를 사람이 고스란히 받아서 몸으로 떼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시스템의 오류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사람들 사이에서의 작은 문제들이 모여 불거지는 것이라 사람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지만 누구의 잘못이라고 꼬집어서 그 책임을 묻기 힘든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지연되는 스케쥴 때문에 제작비가 늘어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건 원래 그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 작품의 제작비를 애초에 너무 작게 잡은 탓이지요.  100원을 가지고 1000원짜리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열정이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견뎌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열정을 볼모로 작업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회사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실력있고 열정있는 사람들이 애니메이션 업계를 떠나는 모습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꼭 야근을 해야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무조건 몸으로 떼울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찾으면 방법은 있습니다.


커다란 시스템 속에서 말단 애니메이터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당장 바꾸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지금은 말단 직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간 관리자가 되고 또 누군가는 회사를 차려서 사장이 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때가 오면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주자는 것입니다.  똑같은 악순환을 되풀이하지는 말자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늙어서 할아버지가 되어도 애니메이션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있고 그 생각을 버린적이 없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견디는 것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실사영화에 버금가게 크게 성공한 애니메이션 작품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어디에서인가 그 작품이 태동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가 아주 멋진 작품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일 수도 있고 또는 저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달콤한 열매를 얻기 위해 오늘도 씨디쓴 고통을 견디는 동료 여러분, 우리 힘 냅시다!

 

2009.7.24

Posted by 김종석
,


<새로운 시작>

 

저는 지난 6월부터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터로 취업했다는 이야기가 뭐 새로울 것이 있을까요.  하지만 저 스스로는 새롭습니다.

 

2000년 12월에 애니메이션 회사에 애니메이터로 처음 입사해서 미친듯이 캐릭터 애니메이션에만 빠져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제일 재밌는 줄 알았는데, 기획하고 연출하는 일은 더 재미가 있더군요.  스토리를 개발하고 그것을 스토리보드-콘티로 시각화 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재미있었지만 그것을 결과물로 만드는 애니메이팅 작업에서도 결코 손을 놓은적이 없었습니다.  한번은 손목에 무리가 와서 진짜 엄청 고생을 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미치겠더군요.  얼른 작업을 하고는 싶은데 마우스 클릭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손목이 아파서 정말 울고 싶었습니다(그때 트라스트와 캐토톱의 효과를 좀 봤다는...←특정 상품 광고는 아님).  여러분, 아무리 애니메이션이 좋아도 죽도록 하지는 맙시다.^^

 

그러다가 2006년에 회사를 옮기면서 어줍잖게 감독이란 직책을 달고 연출에만 전념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애니메이팅 작업에서는 손을 땔 수밖에 없었지요.  2년 정도에 걸쳐서 프로젝트 하나를 끝내고나니 너무나 지쳐서 좀 쉬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 두었습니다.  잠깐 쉰다는 게 10개월이나 쉬었지요.  쉬는동안 정신적-육체적으로 많이 재충전을 했습니다.  역시 사람은 좀 쉬어가면서 일을 해야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시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더군요.  좋은 작품을 기획해서 작게나마 나만의 스튜디오를 만들어볼까 하는 구상도 해봤지만 그럴만한 용기는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좀 생각을 바꿔봤습니다.  너무 미친듯이 올인하지 말고 즐기면서 일을 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봤습니다.  아무리 일도 좋지만 가족과의 시간도 중요하니까 되도록이면 집에서 가까운 곳에 회사를 다니고 싶었습니다.  종일 일하고 또 긴 퇴근시간에 지쳐서 집에 와서는 아무 것도 못하고 쓰러져 자는 그런 생활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중 지인으로부터 한 회사를 소개 받았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그 회사에서는 애니메이터를 뽑는다고 하더군요.  기획이나 연출쪽이 아니라 애니메이터 평사원을 뽑는데 관심이 있냐고 묻길래 저는 좋다고 했습니다.  그 회사가 집에서 가까웠거든요!  애니메이션을 할 수만 있다면 직책은 상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연락을 하고 포트폴리오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걱정이 되었습니다.  애니메이팅 작업을 직접 해본지 3년이 다 되어가는데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과, 새 회사에서는 마야를 사용하는데, 저는 10년 가까이 맥스만 사용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툴에 대한 적응 또한 걱정이었습니다.  애니메이터는 move와 rotation만 알면 된다고 하지만 사실상 프로세스에 지장이 없도록 하려면 툴을 충분히 익혀야하니까요.  입사 지원할 때 제출한 포트폴리오도 3년전 작업했던 결과물이었습니다.  애니메이터 지원이니까요.


얼마 후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면접 때, 그 자리에 계시던 분들이 비슷한 질문을 여러번 하셨는데 간단히 말하면 "감독까지 하시던 분이 평직원으로 일하실 수 있겠습니까?  손도 많이 굳었을텐데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제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랬죠.

결국 입사를 하게 되었고, 그동안 굳어 있었던 머리와 손을 풀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습니다.  처음 적응하기는 참 힘들었지만 무사히 살아남아서(^^) 어느덧 2개월째로 접어들었네요.  다시 애니메이터의 이름으로 첫 월급을 받을 때는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애니메이터 평사원으로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저는 디즈니의 Nine oldmen을 생각했습니다.  늙을 때까지 오로지 애니메이터로서 존경을 받으며 큰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  '나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 없지'라는 조금은 건방진 생각을 했습니다.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한 일종의 마인드컨트롤이었지요.  그리고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정말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일했습니다.  '과연 저 사람이 얼마나 잘 하나'하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시선들 또한 느꼈기에 더 열심히 했지요.

 

--------

 

여기까지가 서론입니다.  사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습니다.
서론이 참 길었죠?

큰 이야기를 다루는 일에서부터, 그 이야기를 하나 하나의 컷들로 실현시켜 나아가는 연출을 하다가 다시 작업 프로세스의 제일 끄트머리에서 작업을 해보니 새삼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 느낀점을 하나씩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혼자서 생각하고 고민하기보다는 같이 공감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다보면 더 유익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오늘은 여기에서 줄이고 다음에 다시 글을 올리겠습니다.

픽사를 롤모델로 오늘도 최일선에서 열심히 일하는 애니메이터 여러분, 힘 냅시다~!

 

2009.7.12

Posted by 김종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