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공부해아 살아남는다>

 

오랜만에 애니메이터로 일하다보니 힘들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즐겁습니다.
팀과 팀간의 조율이나 팀원들의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까 우선 부담이 많이 줄어서 맡은 씬의 애니메이션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작품을 대하는 시야가 좀 좁아지는 경향이 있고 프로세스 전체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없기 때문에 답답한 점이 있긴 하지만 그런 것까지 알려고 하는 건 좀 오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가장 힘든 것은 스케쥴에 대한 부담입니다.  업무량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아서 하루가 멀다하고 야근을 해도 겨우 스케쥴을 지켜내는 정도입니다.  요즘 가장 아쉬운 것은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발전을 위해 하는 공부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애니메이터로서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정보와 여러가지 팁들을 계속 접하는 기회가 너무 없어서 걱정이 됩니다.


매일 매일 스케쥴의 압박 속에서 모든 씬들을 새롭고 흥미롭게 구성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연결되는 씬 중에서 중요한 한 두 개의 컷을 골라서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것이 방법이긴 하지만  그 컷을 재미있게 구성하는 아이디어를 찾는 이른바 '리서치'에 투자하는 시간이 결코 넉넉하지 않지요.  그럴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주어진 시간의 절반은 계획하는데 쓴다'는 말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지요.  그렇다고 마냥 자기의 지식을 갉아먹으면서 살아갈 수만은 없습니다.  지식의 샘물이 마르기 전에 채워넣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바쁜 일상속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악착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야 발전도 있고 생존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던 일을 접어두고 무조건 책을 펼쳐들자는 말은 아닙니다.  현실은 현실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자극에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힌다" 라는 말이 있지요.  그말 그대로입니다.
하루에 단 한 줄이라도 배울만한 팁을 읽든지, 사람들이 추천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든지, 실력있는 애니메이터의 짧은 클립을 주의깊게 살펴보는 식으로 자기보다 잘 하는 사람의 결과물을 보고 자극을 받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자기 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결코 시간낭비가 아닙니다.  하루의 시간을 투자해서 실력을 높힌다면 당장 하루만큼의 작업은 못하겠지만 앞으로의 결과물들은 분명 그전과는 달라질 것입니다.  그 변화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어느 순간에는 크게 도약한 자신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경력이 실력이 되기도 합니다.  경력이 많아지면 그만큼 노련해지지요.  작업 속도도 빨라지고 그 결과물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어려운 씬이 맡겨지거나 더 많은 양을 작업하게 됩니다.  그즈음 되면 실력이 좋다고 인정받게 되지요.  그러나 경력과 경험만으로 쌓이는 실력에 만족하면 안됩니다.  내가 만드는 결과물은 내가 알고 있는 만큼 나오기 마련입니다.  노련함으로 살아남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끊임없이 공부해서 지식의 폭을 넓혀야 진정한 실력자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제가 그리 뛰어난 실력자는 아니지만 예전부터 애니메이터로서 실력을 쌓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1. 해외에서 활동하는 다른 애니메이터들의 팁을 익힌다
2. 좋은 작품들 속의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분석(?)하고 따라해 본다
3. 과거의 유산(?)에서 배운다

 

크게 이 세 가지 정도입니다.


다분히 개인적인 경험이라서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아마 여러분들도 대체적으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스스로 분명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추천하는데 주저하지는 않습니다.

 

주제에서 약간 벗어난 것 같기는 하지만 다음번 글에서 위 세 가지 방법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공부라는 것은 정해진 방법이 없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자기만의 좋은 방법이 있다면 서로 공유했으면 합니다.

 

공부하는 애니메이터가 됩시다!  ^^

 

2009.7.27

Posted by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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