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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20 비쥬얼 스토리텔링(Visual Storytelling)의 예(2) 2
  2. 2010.08.20 비쥬얼 스토리텔링(Visual Storytelling)의 예(1) 2


우디는 버즈를 눈에 안띄게 만들 힌트를 얻었다.  이제 어떤 방법으로 버즈를 가구 뒷쪽에 떨어뜨리느냐 하는 구체적인 과정을 만들 차례다.
역시 가장 쉬운 것은, 버즈를 꼬드겨서 잡담을 하면서 그쪽으로 유인해서 밀어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우디의 입장에서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 경우 몇 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째, 직접적인 행동은 우디를 성격 나쁜 캐릭터로 만들 우려가 있다.  둘째, 버즈가 단순한 성격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쉽게 넘어가는 바보 캐릭터는 아니다.  가장 적당한 방법은 사고로 가장하는 것이다.  질투심에 눈이 멀어서 우발적으로 벌이는 사건이기 때문에 미션 임파서블의 수준으로 빈틈없는 방법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즉흥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상식적인 수준의 이야기를 선택하기로 하자.

① 버즈를 함정 가까이로 끌어들인 다음 ② 다른 물건에 부딛혀서 떨어지게 하는, 그런 방법을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버즈는 정의감에 불타며 생각이 단순하다는 점을 이용해서, 다른 장난감이 곤경에 처했다는 거짓말로 버즈를 함정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 되겠다.
그렇다면 어떤 물건을 이용해서 버즈를 밀어버릴 것인가?  버즈가 한눈을 팔고 있을 때 다른 물건을 발로 툭 차서 그 굴러가는 힘으로 버즈를 밀어 떨어뜨리면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뜻밖에도 여기서는 리모컨 자동차를 이용하기로 결정을 했다.  

결정 3) 우디는 거짓말로 버즈를 함정으로 유인한 다음, 리모컨 자동차를 이용해서 버즈를 밀어버리기로 한다.
처음에는 무척 의아하게 생각했던 장면이다.  작전(?)이 성공한다고 해도 결국 자동차가 우디의 범행(?)을 알고있기 때문에 나중에 그 사실을 폭로할텐데 왜?  
하지만 이것 역시 세심하게 계산된 선택이다.  우디의 계획이 결과적으로는 실패를 해서 더 큰 재앙을 초래하고, 앤디가 외출할 때 자신이 선택되는 것으로  이 씬은 마무리되어야 하는데, 사고의 도미노 현상을 우디만 알게 된다면 이 신의 끝부분에서 우디가 당황해하는 모습만으로는 우디가 후회하고 있다는 심경을 표현하기가 부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사건의 전모가 바로 밝혀지고 다른 장난감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앞에서 우디의 입으로 "이건 사고였어"라는 비겁한(!) 변명을 할 기회를 줌으로서, 우디의 심리 상태를 관객들에서 오해 없이 명확하게 전달해주기 위한 선택이다.  때로는 시각적인 설명으로는 부족한 법이다.

결정 4) 단순히 버즈를 가구 뒷쪽으로 떨어뜨리려고 했는데, 사건이 계획대로 되지 않고 점점 커져서 결국 버즈가 창 밖으로 떨어져버리는 예상치도 못한 재앙이 발생한다.

사고의 도미노 현상을 만드는 과정을 언제나 재미있는 일이다.  우디의 생각과는 다르게 사고가 점점 더 커지는 과정을 영화적인 기교를 이용해서 다이나믹하고 매끄럽게 표현을 했다.  이때 조금이라도 억지스러운 과정을 만든다면 관객의 공감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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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해 보이는 장면 하나에도 이토록 많은 고민과 선택의 과정을 거쳐 결과물이 탄생 한다.  직접 제작에 참여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 다룬 이야기는 수박 겉핥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 엉뚱한 분석을 했을 수도 있다.  
무엇이든 아는 만큼만 보이는 법이다.  내 지식의 한계가 이만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많이 부족하지만 그동안 경험을 통해서 얻은 지식을 이 한 장면을 통해서 풀어보려고 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제대로 된 이야기를 만드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 그리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가장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비쥬얼 스토리텔링(Visual Storytelling)".
한 편의 영화가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느것 하나 소흘히 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영상 언어라는 도구를 잘 알고 사용한다면 좀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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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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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의 기술"이라는 글을 포스팅하면서 거기서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어가고 싶었는데 그러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 앞으로  한 번에 한가지씩만 다루면서 계속 발전시켜 나아가기로 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동화책을 읽어주는 사람은 말로써 이야기를 전달하고, 무용을 하는 사람은 춤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화가는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잘 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영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시각적으로 표현함에 있어 어떻게 하면 더욱 효과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끝없는 고민이다.  일련의 컷들을 이어붙여서 하나의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현란하고 아름다운 영상들을 만들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내가 선택한 비쥬얼이 이야기를 전달함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선택인가 냉철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기술이 바로 "비쥬얼 스토리텔링(Visual Storytelling)"이라고 할 수 있다.

비쥬얼 스토리텔링을 이야기하자면, 이야기를 시각화 하는 스토리보드부터 실질적인 화면에 적용시키기 위해 필요한 레이아웃, 카메라 워크, 편집, 조명 등등의 기술적인 부분까지 그 범위는 그야말로 넓고도 깊다.  하지만 뭐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백 마디 말 보다는 눈으로 보며 익혀 보자.
앞의 포스팅에 예로 들었던 <토이 스토리>의 한 장면을 이번에도 사용해 보도록 하겠다.  다른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예로 들어도 좋겠지만 기왕 눈에 익혔으니 이해하기가 쉬우리라 생각해서 재탕을 하기로 했다.  바로 이 장면이다.

이 씬을 예로 드는 이유는 영화 전체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인데, 캐릭터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그 심경 변화를 매우 극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자, 이제부터 우리는 방금 봤던 장면을 잠시 머릿속에서 지우고, 이야기를 처음으로 만들기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그룹에 앉아 있다고 상상을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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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 상황
우디(Woody)는 장난감들의 주인인 앤디(Andy)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다른 장난감들과의 유대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나름 질서를 잡고 있는 말 그대로 '보안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던 캐릭터다.  그런데 앤디의 생일에 느닷없이 최신 장난감인 우주전사 버즈(Buzz)가 새로운 식구가 되면서 우디의 갈등이 시작된다.
그러다가, 앤디가 어머니와 외출을 하는데 장난감을 하나만 가져가라고 한다.  그 소리를 우디가 듣게 된다.  누가 선택될 것인가 하는 것은 우디에게 있어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새로운 기능으로 무장(?)한 버즈가 선택될 가능성이 더 크므로 우디는 안절부절 못한다.

□ 해야 할(필요한) 이야기
1. 외부적인 상황
- 우디가 꾀를 내어 버즈를 잠시 눈에서 안 보이게 해서 주인인 앤디가 자신을 선택하도록 만들려 한다.
-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버즈가 창 밖으로 떨어져버린다(이 사건이 전환점이 되어 이후 벌어지는 영화 내용의 출발점이 된다).
- 우디가 직접적으로 버즈를 창 밖으로 던져버리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장난감은 스스로 집으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에 장난감의 세계에 있어서 그런 행위는 치명적인 나쁜 행동이기 때문이다.
- 우디의 목적은 일시적이며 별로 위험해 보이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2. 내부적인(심리적인) 상황
<우디>
- 우디의 행동에 관객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 계획적으로 보이면 안된다.  질투심에 눈이 멀어 우발적으로 벌이는 행동이어야 한다.
- 자신의 행동이 빚어낸 결과에 대해 후회를 하고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

<버즈>
- 특별 한 것은 없다.  평소처럼 정의감에 불타는 우주전사의 성격을 보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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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렇다면, 씬을 풀어가 보자.
이 씬에서 가장 중요한 첫번째. 우디는 어떤 방법으로 버즈를 곤경에 빠뜨리려고 할까?
눈에 안 띄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딘가에 가려지는 것이다.  곧바로 벗어나면 안되니까 빠져나오는데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한 곳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라진 장난감을 발견하는 가장 흔한 장소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먼저 앤디의 방을 둘러보자.
침대 밑?  거긴 스스로 기어나올 수 있으니 패스.
장난감 바구니?  거긴 앤디가 뒤져볼 것이 뻔하기 때문에 별로...
역시 가장 일반적이고 딱 들어맞는 장소는 가구 뒷쪽이다.

결정 1) 우디는 버즈를 가구 뒷쪽에 빠뜨려서 잠시 눈에 안보이게 하려고 한다.

한 가지가 해결됐다.

이제 이 씬의 캐릭터들이 배치될 기본 위치가 정해졌다.  서랍장 위를 중심으로 씬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우디가 그 힌트를 얻는 과정은 어떻게 보여줄까?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우디의 생각을 관객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다.  가장 편한 방법은, 우디가 고민을 하며 어슬렁거리다가 발을 헛디뎌 가구 뒷쪽으로 떨어질 뻔하는 상황이겠다.  하지만 우디의 성격상 호돌갑을 떨 것이고 그러면 버즈와 다른 장난감들이 알아차릴 것이다.  시각적으로도 명확하기 때문에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아깝더라도 버려야 한다.  우디의 호돌갑을 다른 장난감들이 몰랐다는 상황은 좀 억지스럽기 때문이다.  물론 어슬렁거리던 우디가 우연히 가구 뒷쪽에 오래된 물건들을 발견하고 뭔가 힌트를 얻는다는 것도 가능하지만, 시각적으로 큰 재미가 없고 또한 우디의 머릿속 생각으로만 존재하는 생각을 우디의 표정 연기만로 관객들에게 전달하기란 좀 까다롭다(이럴 때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의 생각을 독백 형식으로 "음... 여기에 빠뜨리면 좋겠군" 하는 식으로 전달한다.  아주 게으르고 안이한 방법이다).
관객에게 우디가 힌트를 얻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뭔가 가구 뒷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우디가 목격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디만(!) 목격해야 한다.  역시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다른 장난감끼리 장난을 치다가 그 뒷쪽으로 떨어지는 상황?  이것 역시 소란스러운 상황이 될테니까 우디만 혼자만 본다는 것은 좀 억지스럽다.  많은 아이디어들이 있었겠지만, 여기서는 점을 치는 장난감을 이용하기로 한다.
우디는 "과연 앤디가 나를 데려갈까"라는 질문을 하면서 점치는 장난감을 흔들어보지만 "꿈도 꾸지 마시오"라는 답변이 올라오고, 우디는 홧김에 내동댕이친다.  그것이 때구르르 굴러가서 가구 뒷쪽으로 떨어져버리는 것을 우디만(!) 목격한다.

결정 2) 우디는 점치는 장난감이 가구 뒷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어서 버즈를 그곳에 떨어뜨리려고 궁리하기 시작한다.

자, 이제 두번째도 해결이 되었다.

우디가 힌트를 얻게 되는 이 과정은 이것 말고도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내가 이야기를 만든다면 이렇게 그 자리에서 힌트를 얻기 보다는 영화의 조금 더 앞쪽에서, 이를테면 배경 설명을 하는 시작 부분에서 살짝 힌트를 던질 것이다.  앤디의 방을 설명하면서 갖가지 장난감들이 등장하는데, 그중에 한 장난감으로 하여금 가구 뒷쪽에 갇혀서 고생하는 장면을 넣음으로서 일상에서 흔히 보는 장면을 연출할 것이다.  이런 방법을 "Establishing"이라고 하는데, 나중에 사건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장면을 영화 앞쪽에서 별 것 아닌 것처럼 살짝 흘려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잘 사용하면 세련된 방법이지만 어슬프게 하면 영화의 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하고, 영화의 대상 연령층이 그것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여담이지만, 이 유명한 장면을 기억하시는가!
어떻게든 잠시 기절을 시키긴 해야겠고, 망치나 방망이로 때릴 순 없고(갑자기 망치가 어디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상황이겠지만 막장드라마라는 오명의 정점에서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장면이다.  만약에 작가나 연출자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면 조금 더 납득할 만한 상황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여기에 약간의 Establishing을 넣어서 "저 캐릭터는 머리가  유난히 약해서 작은 충격도 치명타가 된다" 라든가, "저 양은 냄비는 보통 양은 냄비가 아니다" 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미리 이해시켰더라면(역시 말이 안되긴 하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으로 바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없다고 해도 이건 해도 너무 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제부터 우디의 행동이 개시되도록 이야기를 풀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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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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