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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7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기술 4

오늘날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는 예전에 비해 많이 친숙해졌다.
쉽게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술" 정도가 되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듣는 사람의 주의를 끄는 것인데, 그러려면 재미가 있어야 한다.  얘기를 잘 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재미없는 이야기라도 너무나 재미있게 한다.  반면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해도 김 빠진 싱거운 이야기로 만들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남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술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의 차원이 아니라 이야기를 만드는데 있어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만드는 기술"에 관해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각화하여 영상으로 전달하고자 할 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겉으로 보이는 영상을 통해서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의미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하지만 이야기를 표면 그대로 여과없이 영상으로 만드는 것은 초등학생적인 1차원적 방법이고, 거기서는 아무런 감흥도 느낄 수 없다.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상상을 집어넣어서 보다 의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기술인데, 마치 자기를 위한 이야기처럼 느껴지도록 해야 영상에 몰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A라는 인물이 B라는 인물을 싫어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할 때,
1차원적인 방법은 A라는 인물이 "나는 네가 미워!"라고 말하게 하는 것이다.  관객은 '아, A가 B를 싫어하는구나' 라고 받아들인다.  그게 전부다.  관객은 자신의 상상력을 집어넣을 틈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입장이 되기 때문에 곧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를 싫어할 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통해서 A가 B를 싫어한다는 의미를 부여한다면 굳이 말로 표현되지 않더라도 관객은 '아, A가 B를 싫어하는구나'라고 깨닫게 된다.  관객이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자기 자신들이 평소에 하는 행동을 발견하게 된다면 인물의 감정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세련된 이야기 전달의 기술이다.


여기, 토이 스토리(Toy Story)의 한 장면을 통해서 이야기가 어떻게 세련되게 발전되었는지 보자.


기본적으로 깔린 이야기의 배경은 이렇다.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던 우디(Woody) 앞에 새로운 최신 장난감 인형 버즈(Buzz)가 등장하고, 우디는 버즈를 시샘한다.  우디는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버즈를 어떻게든 없애려고(?) 한다.

자, 이제 그 내용을 하나의 장면으로 시각화 해보도록 하자.

이 씬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야기는,
"우디는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서 버즈를 어떻게든 주인의 눈에서 안보이게 하려고 한다" 라는 내용이다.  그것을 하나의 장면으로 풀어서 전달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일어날 법한 구체적인 상황이 필요하고, 우디의 질투심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행동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첫번째 버전이다.
감독인 존 레세터(John Lasseter)도 보여주기 챙피할 정도로 나쁘다고 말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우디의 행동이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표현적이라서 아무런 감흥도 일어나지 않는다.


주인의 눈에서 안 보이게 하려고 버즈를 창 밖으로 던져버리는 행동이 너무 단순하다.  게다가 그 행위 이후의 우디의 반응을 보면 성격이 몹시 나빠보인다.  작품 전체로 보았을 때 우디는 관객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캐릭터고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은 가급적 피해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너무 밉상으로 표현되었다.


두번째 버전이다.
약간 간접적인 수단으로 표현되었다.  또한 개그의 요소를 집어넣어서 우디의 나쁜 행동을 순화시켰다.


장난감이 눈에 안 보이게 되는 가장 흔한 이유중 하나가 바로 가구 뒷쪽으로 떨어지는 것인데, 그 상황이 실제로 흔하게 이어나는 일이라서 우선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우디가 버즈를 직접적으로 밀어 떨어뜨리지는 않지만 그것과 진배없는 행위를 하기 때문에 역시 우디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최종 버전은 세련되게 다듬어져 있다.


우디가 직접적으로 버즈를 밀어버리지 않으면서도 버즈를 날려(?)버렸고, 그것이 사고처럼 보이기 때문에 우디가 특별히 나빠 보이지는 않는 두 가지 조건을 다 충족시켰다.  하지만 우디의 시도가 사건의 발단이기 때문에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다.  그러나 우디가 처음부터 계획했던 결과가 아니라 연쇄 작용으로 인해서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가 일어났고, 그 결과에 대해 당황하는 우디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캐릭터에 공감하게 된다.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일이 커지는" 경우를 우리는 숱하게 경험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이야기를 구성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수 많은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끝없는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하나의 장면을 만들었다고 해도 거기서 끝나지 말고 "이것보다 더 좋은 상황이 있을텐데..."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그것이야 말로 제대로 된 이야기,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기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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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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