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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4 <Toy Story 3>의 숨은 주역 마이클 안트(Michael Arndt)

오늘의 픽사를 존재할 수 있게 만든 장난감들의 이야기 그 마지막 편이 지금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2010년8월13일 현재, 애니메이션 작품으로는 역대 최고의 흥행 기록을 갈아 치우고 역대 픽사의 작품중에서도 최고의 흥행을 기록중이며, 그리고 그 열기는 식지 않고 계속 진행중이다.  애니메이션에서 뿐만 아니라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틀어서도 역대 영화의 흥행 순위 TOP10에 들어갈 기세다.

애니메이션에 있어서<토이 스토리(Toy Story)>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그런데 그 세 번째의 이야기를 전체의 엔딩으로 과감하게 선언하고 만들었으니, 팬들의 기대감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는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지만, <토이 스토리 3>을 보고 나오는 관객들은 이구동성으로 "최고!"를 외친다.  그리고 그들의 눈시울은 하나 같이 촉촉히 젖어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영화를 보면서 눈시울을 적시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애니메이션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보라.  그것도 다 큰 어른들이 말이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 어떤 감동적인 영화보다도 뜨거운 눈물을 줄줄 흘렸다.

과연, 그 마법의 비밀은 무엇일까?
픽사는 전통적으로 완벽한 스토리를 자랑한다.  이야기가 완벽하지 않으면 결코 작업을 시작하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픽사를 이끌어가는 뛰어난 시니어 그룹이 있다.  이른바 "Brain Trust"라고 불리는, 픽사의 수장 존 레세터(Jonh Lasseter), 앤드류 스탠튼(Andrew Station), 피트 닥터(Pete Docter),브래드 버드(Brad Bird), 리 언크리치(Lee Unkrich), 밥 피터슨(Bob Pertson), 브랜다 챔프맨(Branda Champman), 개리 라이드스톰(Gary Rydstrom) 등이 그 사람들이다.  모두가 픽사의 작품의 감독들이거나 진행중인 작품의 감독이다.
모든 픽사의 작품들은 이들의 머리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픽사는 <토이 스토리> 3부작의 대단원의 마지막을 위해 뜻밖에도 외부 각본가를 영입하게 된다.  바로 마이클 안트(Michael Arndt) 이다.


마이클 안트는 <리틀 미스 선샤인>이라는 영화의 각본을 썼는데, 영화는 저예산의 인디 영화였고, 영화가 완성된 2006년 당시 영화는 아직 배급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마이클 안트는 다음 행보를 준비중이었는데, 그 즈음 픽사로부터 부름을 받는다.

픽사는 리 언크리치를 중심으로 다음 작품을 위해 준비중이었는데, <토이 스토리 3>는 아직 제작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픽사의 스토리 부서의 우두머리인 매리 콜맨(Mary Coleman)은 <리틀 미스 선샤인>의 제작자인 론 에르사(Ron Yerxa)에게, '장래가 촉망되는 좋은 시나리오 작가'를 추천해달라고 했고, 제작자는 마이클 안트의 시나리오를 보내주었다. 시나리오를 읽은 매리 콜맨은 마이클 안트를 당장 불러들였다.

마이클 안트는 픽사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탈고한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 제작사에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간간히 수정 사항들을 보내주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는데, 픽사의 스토리 개발 방식은 독특했다.
감독인 리 언크리치로부터 기본적인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전달 받고, 그것으로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아가는데, 감독을 비롯한 "Brain Trust" 그룹으로부터 수없는 수정사항들의 피드백을 받게 된다.  마이클 안트는 낯선 작업 분위기에 처음에는 걱정을 했지만 그들로부터 나오는 아이디어들이 작품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이후부터는 감독을 신뢰하게 되었고 마음껏 실력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토이 스토리 3>가 제작에 들어가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디즈니와 픽사의 합병이 물밑 작업중이었을 때, 당시 디즈니의 우두머리인 마이클 아이즈너는 기존의 <토이 스토리>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제외한 채로 <토이 스토리 3>의 프리프러덕션을 디즈니에서 시작하도록 했었다(당시까지의 픽사 작품들과 캐릭터의 권리는 디즈니에 있었음).  그것은 재앙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2005년 11월에 마이클 아이즈너가 물러나고 밥 아이거가 새로운 디즈니의 우두머리가 되어 디즈니와 픽사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서, 그 때까지 디즈니에서 진행중이던 <토이 스토리 3> 프로젝트는 즉시 중단되었고 픽사에서 새로운 <토이 스토리 3>를 시작할 수 있었다.

<토이 스토리 3>의 새로운 각본가로 영입된 마이클 안트와 감독인 리 언크리치가 정신없이 작업중일 무렵, 영화 <리틀 미스 선샤인>은 2006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직후 뜻밖의 큰 반향을 일으키며 성공을 거두게 되고, 마이클 안트는 2007년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게 된다.

<리틀 미스 선샤인>을 보신 분들이라면 그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경험하셨으리라 믿는다.  전혀 감동적일 것 같지 않은 장면인데 가슴 한구석이 뜨뜻해지면서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을 적시게 된다.  마이클 안트의 각본은 그런 세심한 터치가 장점이다.
우리가 영화에서 감동적인 장면을 보게 되면, 그것이 관객의 감정을 건드리도록 연출이 되어있다는 것을 어지간한 사람들은 안다.  요즘 관객들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관객의 머리 위에 올라서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런데 마이클 안트의 각본은 일부러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않으면서도 어느 순간 울컥 하게 된다.  실로 고수중의 고수가 아닌가.

<토이 스토리 3>의 마지막 장면은, 3부작 영화의 대단원답게 감동적으로 꾸며졌다.  하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엔딩이라고 생각하는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우디와 버즈를 비롯한 장난감들의 마음에 고스란이 감정 이입이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갑자기(!) 흘러버린다.  그것은 분명 마이클 안트의 솜씨다.

영화의 크레딧에는 각본-마이클 안트(Screenplay by Michael Arndt)라고 단독으로 이름이 올라 있지만, 마이클 안트 자신은 그저 팀의 일부였다고 말한다.  감독을 비롯한 "Brain Trust" 그룹의 놀라운 협업이야말로 <토이 스토리 3>의 성공과 픽사의 그칠줄 모르는 성공의 비결이라고 그는 단언한다.

성공하는 작품을 보면서 우리는 "저 작품의 예산이 얼마인데..."라고 마치 돈이 성공의 바탕이 되어주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물론 창작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충분한 제작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스토리"를 위해서 아낌없이 시간과 인력과 돈을 투자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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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
- 마이클 안트의 인터뷰 기사
- 그 외에 인터넷에 널린 잡다한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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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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