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9.08 영화 vs. 애니메이션 7
  2. 2010.04.02 무게중심에 대하여
  3. 2010.04.02 3D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극대화 시켜주는 입체 영화

영화는 영화대로,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대로 독특한 장점이 있다.
가끔 영화라고 해야 할지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야 할지 모호한 작품들이 있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영화'라고 하면 실사영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냥 '영화'라고 해야겠다.

영화는 "예측불가능성"과 "우연"에 의해 뜻밖의 이득을 얻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것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영화 제작자들을 오히려 더 힘들게 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좋은 의미로 "의도하지 않았지만 얻게 되는" 결과다.
예를 들어, 세트가 아닌 로케이션 촬영의 경우 배경에 담기는 그림들은 창작자의 의도와 100 퍼센트 일치할 수가 없다.  원하는 것을 추가하고 불필요한 것을 빼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나무를 뽑아내거나 빌딩을 치워버릴 수 없으니까.  물론 요즘엔 CG의 기술로 간단하게 해결되지만, 꼭 눈에 거슬리지만 않는다면 '저절로' 담기도록 내버려 둔다.
반면 애니메이션에서는 의도하지 않는 그림은 있을 수가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다 만들어서 채워 넣어야 한다.  한마디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러니 애니메이션에서는 좋은 의미의 "예측불가능성"과 "우연"은 있을 수가 없다.   '저절로' 담겨진 요소는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배우의 연기에 있어서도, 영화의 배우는 사람이기 때문에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읽어내는 관객의 심리 상태에 따라서 조금씩은 그 의도가 달라질 수가 있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애니메이터가 의도한 것만큼만 나온다.  아니, 오히려 의도한 만큼만 나와 준다면 더 바랄 것도 없다.  관객들이 알아서 읽어주는 일이란 없다.

여기까지만 생각한다면 참으로 절망스럽지 않은가?
애니메이션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영화를 따라갈 수 없다는 말 아닌가.

하지만 모든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그 이면이 있기 마련.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살리면 되지 뭐하러 영화를 따라잡으려고 하는가.

의도하지 않았던 이득을 바랄 수는 없지만 우리가 의도한 것만을 극대화 해서 표현할 수 있지 않은가?  관객이 엉뚱한 곳에 한눈을 팔지 않고 우리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것만 채워서 화면을 구성할 수 있지 않은가?  그것이 애니메이션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영화에서 그런식으로 관객의 시선을 유도할 목적으로 배경을 새로 만들거나 배우의 연기를 완벽하게 조종한다면 그건 영화의 매력을 포기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영화는 영화 나름의 고유한 매력이 있는 법이다.

갈수록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경계가 사라져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과도기라서 두 매체의 장점만을 수용한 매력적인 작품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폴라 익스프레스>, <베오울프>,<크리스마스 캐롤> 같은 작품을 보면 아직까지는 두 매체의 장점이 오히려 서로의 발목을 잡아서 뭔가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로버트 저맥키스 감독이 고집스럽게 가고 있는 그 길도 언젠가는 가치 있는 결과물로 제대로 탄생하는 날이 틀림없이 올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해서 모든 것을 그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하다보면 시야가 좁아지게 마련이다.  애니메이션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필름메이커"의 시야를 가졌으면 좋겠다.  좋은 애니메이션 작품만 찾아볼 게 아니라 좋은 영화도 '찾아서' 보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즐기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볼 필요도 있다.

그나저나...
애니메이션만이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만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Posted by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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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의 중심이 꼭 골반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골반부분을 무게중심이라고 보는 이유는 상체와 하체의 중간에 위치해서 그곳을 축으로 해서 다리를 지지대 삼아서 몸의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 유연하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쉬운 예를 들자면 스텐드 라이트(픽사 로고에 등장하는 것 같은)를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바닥부분의 지지대를 다리라고 생각하고 전구가 있는 부분을 머리라고 생각하면 중간에 있는 관절부분이 사람의 골반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똑바로 서 있는 자세에서는 맨 아래에서부터 머리까지 일직선으로 세우면 균형이 잡히겠지요.  하지만 머리부분을 앞으로 당기면 그 방향으로 무게가 쏠리기 때문에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 중간 부분을 '뒷쪽으로 꺾습니다.  바로 뒷쪽으로 꺾이면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사람으로 치면 엉덩이 부분이 됩니다.  사람으로 치면 상체를 앞으로 숙여 인사하는 포즈가 되겠지요.  상체가 앞으로 숙여지면 중심을 잡기 위해서 엉덩이 부분이 뒤로 빠집니다.  안 그러면 앞으로 꼬꾸라지겠지요.  

 

그렇다면 엉덩이 부분이 무게의 중심이 되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스텐드의 중간 관절이나 사람의 엉덩이 부분은 몸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 축 역할을 할 뿐입니다.  앞으로 몸을 숙인 사람의 포즈에서 진짜 무게의 중심은 머리-엉덩이-발을 잇는 삼각형 중간 어디쯤이겠지요.  진짜 무게의 중심은 보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정상적(?)으로 생긴 것들은 드뭅니다.  머리가 큰 녀석(또는 머리에 무거운 것을 쓰고 있는 캐릭터)은 머리가 무겁기 때문에 상체를 앞으로 숙여도 보통 8등신의 캐릭터와는 다른 포즈가 나옵니다.  조금만 앞으로 숙여도 엉덩이가 뒤로 많이 빠져야 균형을 잡을 수 있겠지요.  그런 캐릭터에서는 무게의 중심을 엉덩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굳이 따진다면 머리쪽에 더 가까운 위치가 되겠지요.
'무게의 중심'을 말 그대로 해석하면 '무게가 있는 중심'이라는 뜻이겠지만 애니메이션 캐릭터에서 그것이 꼭 골반이 될 수 없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다만 골반 부위(허리 포함)가 상체와 하체의 중간에서 다리를 지지대 삼아서 가장 크고 유연하게 움직여주기 때문에 쉽게 지칭할 수 있을 뿐입니다.

 

설명을 해놓고 보니 말이 엄청 어려운 것 같네요.  하지만 원리는 단순합니다.
'움직일 때, 포즈가 불안해 보이지 않도록 균형을 잘 잡아가는 것' 이것이 무게 중심을 잘 컨트롤 하는 것입니다.

 

2004.11.19

http://www.moonsunglee.com/에 올린 글

Posted by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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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D 입체영화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제 아무리 입체안경을 쓰고 본다고 해도 평면의 스크린에 영사되는 이미지에서 입체적인 영상을 구현한다는 게 얼마나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또 실제로 체험을 해 봐도, 안경을 쓰고 보는 불편함은 둘째치고 눈은 눈대로 피곤하고 기대한 만큼의 입체적인 영상도 아니었습니다.  입체영화는 단순히 장삿속으로 만들어지는 '재미로 한 번 볼 만한' 부가수익의 대상일 뿐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픽사의 'UP'을 보고는 생각이 확 달라졌습니다.  너무나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스크린은 더 이상 스크린이 아니라 새로운 저 너머 세상을 보여주는 창이었습니다.  시각적인 거부감도 전혀 없었고 눈의 피로감도 없었습니다.  안경을 쓰고 있는 불편함도 잠깐이고 이야기속에 빠져들어서 마치 내방 창문에 턱을 괴고 앉아서 앞 마당에 펼쳐진 실제 세상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본편 상영전에 '토이스토리3' 예고편이 역시 입체로 나오는데, 왜 그 예고편을 카메라를 고정시켜놓고 캐릭터들을 연기시켰는지 바로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말 그대로 '무대'더군요.  스크린이 저 너머로 깊이있게 확장되면서 바로 연극무대처럼 펼쳐졌습니다.  단순히 레이어들의 거리감으로 느껴지는 입체감이 아니라 공 하나마저도 깔끔하게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픽사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지요.


같은 상영관에서 불과 얼마전에 '코렐라인'을 3D 입체영화로 감상하였을 때와는 너무나 딴판이었습니다.  '코렐라인'을 봤을 때는 보는 내내 눈이 피곤해서 수시로 안경을 벗고 눈을 비벼댔습니다.  그리고 입체영화의 단골이라 할 수 있는 '화면 가까이 뾰족한 물건을 들이대는' 영상이 나올 때는 스토리에서 튕겨나오는 기분이었습니다.  도무지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이번에 봤던 'UP'은 분명 달랐습니다.  카메라에 물건을 들이대는 장면도 없을뿐더러 노골적으로 입체영상을 강조하는 샷도 없었습니다.  다만 모든 장면 장면이 마치 내 앞의 무대에 펼쳐진 실제라는 느낌이었습니다.

 

픽사마저도 'UP'을 픽사 최초의 3D입체 영화라고 내세워가며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분명 거기엔 단순히 추가적인 수익의 창출 이상의 이유가 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저는 3D 애니메이션이 그 표현의 한계에 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쥬얼이 아니라 스토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3D 애니메이션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은 이제 더 이상은 없어보였습니다.  뭔가 시각적으로 새로운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은 갈수록 커졌습니다.  아마 매일 모니터를 마주하고 앉는 수 많은 3D 애니메이션 관련자들 역시 같은 마음일 겁니다.  그 돌파구의 하나로 3D 프로그램으로 2D 애니메이션 느낌의 비쥬얼을 표현하는 시도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수 많은 개인작품은 물론이고 일본에서는 이미 TV 시리즈와 극장판을 가리지 않고 2D와 3D를 매우 자연스럽게 접목시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는데 역시 계속 도전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한 계단씩 올라서서 지금에까지 이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역시 아무리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고 해도 3D가 2D를 흉내내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 느낌이 들까요.

 

한 작품을 볼 때, 우리의 눈과 뇌는 그 표현에 있어서 일관성을 기대합니다.  시대적인 배경에 알맞는 사건들,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 음악, 또 배경과 캐릭터의 조화로운 비쥬얼 등 등...  서로 서로가 한 작품 안에서 조화롭게 표현되어야 우리는 그 이야기속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평면적인 그림속 세상이라고 생각했던 화면속에서 갑자기 입체적인 구조물이 눈에 들어오면 우리의 눈(뇌)는 순간 거부감을 느낍니다.  뭔가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지요.  일관성이 깨어지는 순간입니다.  그건 분명 그림으로 입체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텍스춰를 2D 애니메이션의 질감으로 입힌다고 해도 일단 화면상에서 입체감있게 회전하면서 다른 면을 보여주기 시작하면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회화 그림 속에 사진을 보는 순간의 깨는 느낌이랄까요.  그 이질감을 최소화 하는 것이 2D 애니메이션에 3D를 접목시키는 노력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저라면, 비싼 장비들을 가지고 손으로 그린 그림의 흉내를 내는데 애쓰기 보다는 3D 애니메이션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을 살리는 방법을 찾겠습니다.  바로 그 3D 애니메이션의 정점을 살리는 하나의 방법이 입체영상이라고 픽사도 생각한 것 같습니다.  3D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실제 같은 이미지입니다.  단순히 평면에 투사되는 사진 같은 이미지에 만족하지 않고 한 단계 나아간다면 그게 입체영화 말고 뭐가 있겠습니까.

 

입체영화라도 다 같은 입체영화가 아니라,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히 준비된 입체영상이라는 건 보는 순간 확실해집니다.  올해 극장에서 개봉된 애니메이션들만 해도 '몬스터 vs 에일리언', '코렐라인:비밀의 문', '아이스에이지 3' 등등 속속 입체 상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인 '코렐라인'을 많이 기대했었습니다.  가상의 무대가 아니라 실제 세트를 만들어놓고 촬영하기 때문에 그 입체감이 뛰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마치 촛점이 안 맞는 안경을 쓴 것처럼 눈이 매우 피로했었습니다.  기술적인 분야는 잘 모르지만, 기획단계부터 하나의 과정으로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랜더링 되는 이미지와, 이미 완성된 이미지를 후처리(?)해서 만들어지는 이미지의 차이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하여튼, 관객의 눈을 찔러대는 자극적인 입체 화면이 아니라 우리를 진정 그 작품속으로 초대하는 새로운 경험의 도구로서 3D 입체영화는 앞으로의 대세인 것 같습니다.

 

※ 개인적으로, 'UP'을 꼭 3D 입체영화로 '추가로' 관람해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왜 '추가로'인가 하면, 원어의 느낌을 느껴보려면 천상 일반 상영관에서 보는 방법 밖에는 없는데,  대부분의 애니메이터들이 원어의 느낌과 캐릭터의 액팅을 매치시켜보기 위해 자막 상영으로 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국내 상영관에서 3D디지털-자막 상영관은 몇 개 없습니다.  저도 더빙판으로 관람했습니다.   너무 아쉬운점이죠.  관람료도 인상되어 기본 9,000원인데 3D 입체상영은 12,000원이나 합니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도 대세에 동참하려면 우선 경험을 해 봐야죠!

 

2009.8.4

Posted by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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