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쥬얼 스토리텔링(Visual Storytelling)의 예(1)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우디는 버즈를 눈에 안띄게 만들 힌트를 얻었다. 이제 어떤 방법으로 버즈를 가구 뒷쪽에 떨어뜨리느냐 하는 구체적인 과정을 만들 차례다.
역시 가장 쉬운 것은, 버즈를 꼬드겨서 잡담을 하면서 그쪽으로 유인해서 밀어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우디의 입장에서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 경우 몇 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째, 직접적인 행동은 우디를 성격 나쁜 캐릭터로 만들 우려가 있다. 둘째, 버즈가 단순한 성격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쉽게 넘어가는 바보 캐릭터는 아니다. 가장 적당한 방법은 사고로 가장하는 것이다. 질투심에 눈이 멀어서 우발적으로 벌이는 사건이기 때문에 미션 임파서블의 수준으로 빈틈없는 방법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즉흥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상식적인 수준의 이야기를 선택하기로 하자.
① 버즈를 함정 가까이로 끌어들인 다음 ② 다른 물건에 부딛혀서 떨어지게 하는, 그런 방법을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버즈는 정의감에 불타며 생각이 단순하다는 점을 이용해서, 다른 장난감이 곤경에 처했다는 거짓말로 버즈를 함정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 되겠다.
그렇다면 어떤 물건을 이용해서 버즈를 밀어버릴 것인가? 버즈가 한눈을 팔고 있을 때 다른 물건을 발로 툭 차서 그 굴러가는 힘으로 버즈를 밀어 떨어뜨리면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뜻밖에도 여기서는 리모컨 자동차를 이용하기로 결정을 했다.
결정 3) 우디는 거짓말로 버즈를 함정으로 유인한 다음, 리모컨 자동차를 이용해서 버즈를 밀어버리기로 한다.
처음에는 무척 의아하게 생각했던 장면이다. 작전(?)이 성공한다고 해도 결국 자동차가 우디의 범행(?)을 알고있기 때문에 나중에 그 사실을 폭로할텐데 왜?
하지만 이것 역시 세심하게 계산된 선택이다. 우디의 계획이 결과적으로는 실패를 해서 더 큰 재앙을 초래하고, 앤디가 외출할 때 자신이 선택되는 것으로 이 씬은 마무리되어야 하는데, 사고의 도미노 현상을 우디만 알게 된다면 이 신의 끝부분에서 우디가 당황해하는 모습만으로는 우디가 후회하고 있다는 심경을 표현하기가 부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사건의 전모가 바로 밝혀지고 다른 장난감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앞에서 우디의 입으로 "이건 사고였어"라는 비겁한(!) 변명을 할 기회를 줌으로서, 우디의 심리 상태를 관객들에서 오해 없이 명확하게 전달해주기 위한 선택이다. 때로는 시각적인 설명으로는 부족한 법이다.
결정 4) 단순히 버즈를 가구 뒷쪽으로 떨어뜨리려고 했는데, 사건이 계획대로 되지 않고 점점 커져서 결국 버즈가 창 밖으로 떨어져버리는 예상치도 못한 재앙이 발생한다.
사고의 도미노 현상을 만드는 과정을 언제나 재미있는 일이다. 우디의 생각과는 다르게 사고가 점점 더 커지는 과정을 영화적인 기교를 이용해서 다이나믹하고 매끄럽게 표현을 했다. 이때 조금이라도 억지스러운 과정을 만든다면 관객의 공감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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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해 보이는 장면 하나에도 이토록 많은 고민과 선택의 과정을 거쳐 결과물이 탄생 한다. 직접 제작에 참여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 다룬 이야기는 수박 겉핥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 엉뚱한 분석을 했을 수도 있다.
무엇이든 아는 만큼만 보이는 법이다. 내 지식의 한계가 이만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많이 부족하지만 그동안 경험을 통해서 얻은 지식을 이 한 장면을 통해서 풀어보려고 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제대로 된 이야기를 만드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 그리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가장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비쥬얼 스토리텔링(Visual Storytelling)".
한 편의 영화가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느것 하나 소흘히 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영상 언어라는 도구를 잘 알고 사용한다면 좀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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