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6일에 개최되는 2011 앙시(Annecy)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장편부분 경쟁작 후보들이 발표되었다.  후보작은 모두 9편인데, 주목할 만한 것은 두 편의 한국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소중한 날의 꿈"과 "" 두 작품이다.

"소중한 날의 꿈"은 한혜진, 안재훈 감독의 작품인데,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에서 정말 오랫동안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이다.  작년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이 되었고 정식 개봉은 올 여름으로 계획되어 있다.
""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제작연구과정 3기의 작품인데, 5명의 연출자가 공동으로 구성해서 완성한 독특한 작품이다.  이 작품도 작년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였고 올 3월에 개봉을 했었으나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소중한 날의 꿈>

우리나라의 70년대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이다.  지금 나이가 40대 이상의 세대라면 학창시절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재미있는 요소들이 화면에 가득해서 보는 내내 가슴이 뭉클할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들에 빠져 지내는 요즘 아이들도 이 작품을 보면서 잠시만이라도 가슴속에 풋풋한 풀내음을 간직해 봄직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스틸 몇 장이 처음 공개된 것이 언제쯤인지 기억도 가물가물 하다.  그만큼 완성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척박한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장편을 만들기란 어지간한 용기로는 시작하기도 힘들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고, 시간은 곧 돈이기 때문에 제작비가 많이 든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서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적은 관객이 들어도 손해를 보지 않을 만큼 저예산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사회적인 이슈를 만들어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주목할 만한 성공사례는 없다.

이런 환경에서 3D도 아니고 수작업 애니메이션으로 장편을 만드는 일은 그야말로 엄청난 집념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욱 빛나고 애정이 간다.  "소중한 날의 꿈"을 탄생시킨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봤는데, 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서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예쁜 스튜디오라는 인상을 받았다.  한국의 지브리 스튜디오라고 하면 과장일까?
앙시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고, 무엇보다 극장 개봉에서도 성공하기를 바란다.  단순한 인사 치례가 아니라 정말 마음속으로 간절히 소망한다.

 <집> 

직접 만든 미니어처 세트, 2D 애니메이션 캐릭터.  이런 과정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둘 사이의 이질감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다.  집이 사라지면 그 집에 사는 신들도 같이 죽는다는 설정인데, 재개발로 인해 부서져가는 집들이 또 하나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미니어처 세트는 어쩌면 꼭 필요한 선택이었을 것 같다. 
 

한국영화아카데미는 1년의 정규과정을 마친 졸업생들 중에서 성적이 우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장편 제작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장편제작연구과정이라는 것인데, 극영화 3~4편과 애니메이션 1편을 선발한다.  
장편 애니메이션 한 편을 1년 안에, 제작비 1억~1억5천 정도로 만든다는 것은 사실 넌센스에 가깝다.  하지만 그들은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낸다.  2008년도에도 같은 과정을 통해 "제불찰씨 이야기"라는 독특한 작품이 탄생했었다.  짧은 제작기간 내에 완성해야 하는 여건 때문에 상업적인 요소 보다는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요소가 더 많아서 일반인들에게까지 알려지지 못하고 조용히 나타났다가 조용히 사라졌지만 분명히 극장 상영까지 이루어졌다.  다만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홍보비가 뒤따라주지 못해 일반인들이 볼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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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시(Annecy)는 동양적인 정서에 호의적인 것 같다.  2002년에 "마리 이야기" 2004년에는 "오세암"이 장편 부분에서 대상을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기대를 해 본다.  무엇보다 "소중한 날의 꿈"과 "집" 두 작품이 이번 기회를 통해 주목을 받고, 그래서 극장에서  매진사례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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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앙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장편 부분 경쟁작에 오른 나머지 작품들도 소개를 해 본다.

Chico and Rita (스페인)
1948년 쿠바를 배경으로, 치코라는 피아니스트와 리타라는 아름다운 가수의 열정과 사랑  이야기.  하바나, 뉴욕, 파리, 헐리웃, 라스베가스를 오가는 스케일과 흥겨운 음악이 또 다른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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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ful (일본)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  환생, 삶의 의미, 행복과 같은 굵직한 주제를 담은 작품.  감독은 여러 편의 "짱구는 못 말려" 시리즈와 "갓파쿠의 여름방학"을 연출한 하라 케이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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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n Kaempestore Bjorn (덴마크)
어린 남매가 시골의 할아버지 집에 갔다가 금지된 숲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거대한 곰을 만나는데,  등에서 나무가 자랄 정도로 거대한 곰에게 여동생이 납치되자 오빠는 사냥꾼과 함께 곰을 잡으러 숲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알고 보니 곰은 다정한 마음을 가졌다.  자연 사랑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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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a's Apprentice (프랑스)
산타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는 7살 꼬마 니콜라스의 이야기.  니콜라스는 최고의 산타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산타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산타 할아버지와 루돌프의 도움으로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배워 나아가는 꼬마 니콜라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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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abbi's Cat (프랑스)
 조안 스파르(Joann Sfar)의 그림책이 원작.  프랑스 식민지였던 1930년대 알제리를 배경으로, 말하는 똑똑한 고양이를 통해 유대인의 종교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를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 나아가는 참으로 궁금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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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betan Dog (일본)
"피아노의 숲"을 감독했던 코지마 마사유키의 작품.  중국의 소설이 원작.  도시에 살던 소년이 티베트에서 살게 되면서 티베트의 개를 기르게 되는데, 덩치도 크고 힘도 센 티베트 개와의 우정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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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Vie de Chat (프랑스)
 비쥬얼이 아주 매력적인 작품.  어두운 파리 뒷골목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림책의 일러스트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한 장면 한 장면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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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
앙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Official Selection 2011 Feature Films
Animation Magazine Annecy unveils Features in Competition Slate
연필로 명상하기 http://www.studio-mw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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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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