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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02 물 한 모금과 오아시스 2


한 무리의 사람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건너고 있다.

 

지치고 목이 마른다.

하지만 그들을 이끄는 사람은 계속 갈 것을 재촉한다.  사막 끝에 도달하면 오아시스를 주겠다고 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 순간의 물 한 모금이다.  나중에 오아시스가 아니라...

 

장편이든 TV시리즈든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 년이 걸린다.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지치지 않고 오래 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치지 않으려면 무리해서는 안된다.  필요할 때 쉬어 가면서 일을 해야 끝까지 갈 수가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회사들은 장거리를 마치 단거리처럼 헐떡거리며 뛰어 간다.  사람들이 지쳐 나가 떨어져도 계속 달린다.  쉬지 않고 달린다.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기왕이면 즐겁게 달렸으면 좋겠다.

 

오아시스까지 사람들을 끌고 도착했다고 해도 그들은 그 오아시스의 물을 다 마실 수는 없다.  기껏 해야 몇 모금이 전부다.  게다가 그들은 지치고 병들었다.  수많은 낙오자도 생겼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손해는, 그 사람들이 다시는 그 지도자를 따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또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사막을 건너는 노하우를 가진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진 채로...

Posted by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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