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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8 영화 vs. 애니메이션 7

영화는 영화대로,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대로 독특한 장점이 있다.
가끔 영화라고 해야 할지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야 할지 모호한 작품들이 있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영화'라고 하면 실사영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냥 '영화'라고 해야겠다.

영화는 "예측불가능성"과 "우연"에 의해 뜻밖의 이득을 얻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것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영화 제작자들을 오히려 더 힘들게 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좋은 의미로 "의도하지 않았지만 얻게 되는" 결과다.
예를 들어, 세트가 아닌 로케이션 촬영의 경우 배경에 담기는 그림들은 창작자의 의도와 100 퍼센트 일치할 수가 없다.  원하는 것을 추가하고 불필요한 것을 빼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나무를 뽑아내거나 빌딩을 치워버릴 수 없으니까.  물론 요즘엔 CG의 기술로 간단하게 해결되지만, 꼭 눈에 거슬리지만 않는다면 '저절로' 담기도록 내버려 둔다.
반면 애니메이션에서는 의도하지 않는 그림은 있을 수가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다 만들어서 채워 넣어야 한다.  한마디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러니 애니메이션에서는 좋은 의미의 "예측불가능성"과 "우연"은 있을 수가 없다.   '저절로' 담겨진 요소는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배우의 연기에 있어서도, 영화의 배우는 사람이기 때문에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읽어내는 관객의 심리 상태에 따라서 조금씩은 그 의도가 달라질 수가 있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애니메이터가 의도한 것만큼만 나온다.  아니, 오히려 의도한 만큼만 나와 준다면 더 바랄 것도 없다.  관객들이 알아서 읽어주는 일이란 없다.

여기까지만 생각한다면 참으로 절망스럽지 않은가?
애니메이션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영화를 따라갈 수 없다는 말 아닌가.

하지만 모든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그 이면이 있기 마련.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살리면 되지 뭐하러 영화를 따라잡으려고 하는가.

의도하지 않았던 이득을 바랄 수는 없지만 우리가 의도한 것만을 극대화 해서 표현할 수 있지 않은가?  관객이 엉뚱한 곳에 한눈을 팔지 않고 우리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것만 채워서 화면을 구성할 수 있지 않은가?  그것이 애니메이션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영화에서 그런식으로 관객의 시선을 유도할 목적으로 배경을 새로 만들거나 배우의 연기를 완벽하게 조종한다면 그건 영화의 매력을 포기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영화는 영화 나름의 고유한 매력이 있는 법이다.

갈수록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경계가 사라져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과도기라서 두 매체의 장점만을 수용한 매력적인 작품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폴라 익스프레스>, <베오울프>,<크리스마스 캐롤> 같은 작품을 보면 아직까지는 두 매체의 장점이 오히려 서로의 발목을 잡아서 뭔가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로버트 저맥키스 감독이 고집스럽게 가고 있는 그 길도 언젠가는 가치 있는 결과물로 제대로 탄생하는 날이 틀림없이 올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해서 모든 것을 그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하다보면 시야가 좁아지게 마련이다.  애니메이션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필름메이커"의 시야를 가졌으면 좋겠다.  좋은 애니메이션 작품만 찾아볼 게 아니라 좋은 영화도 '찾아서' 보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즐기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볼 필요도 있다.

그나저나...
애니메이션만이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만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Posted by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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