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터'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0.04.02 애니메이터로 일한다는 것 6
  2. 2010.04.02 애니메이터로 일한다는 것 5
  3. 2010.04.02 애니메이터로 일한다는 것 4


<애니메이터와 연출>

 

애니메이터에게 연출 능력은 얼마나 필요할까요?  또 작품의 연출에 얼마나 관여할 수 있을까요.

 

제가 알고 있는 애니메이터들은 모두 연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감독으로 데뷔할 꿈을 가지고 그 꿈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유독 애니메이터가 연출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리고 실제로 현역 감독들 중에 애니메이터 출신이 많은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애니메이션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영상 언어입니다. 스토리를 영상으로 시각화하여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지요.  한 편의 작품은 초 단위의 수백개 컷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한 컷 한 컷은 일반적으로 캐릭터를 중심으로 구성 됩니다.  한 장면은 이미 만들어진 콘티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데, 애니메이션 작업 과정에서 때로는 캐릭터가 연기하는 동선에 따라서 카메라의 세팅에 변화가 생기기도 합니다.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맡은 사람이 애니메이터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위해 다양한 액팅에 따라 그 변화를 주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때 그 샷을 맡은 애니메이터는 연출자(감독)에게 의견을 제시하고 적절한 방법을 조율하게 됩니다.  감독이 쓸데없이 자존심을 내세우며 고집을 부리는 사람이 아닌 이상 더 좋은 샷을 만들겠다는데 반대할리 없겠지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감독이라고 해도 콘티만으로 최종 결과물을 100% 예측하기는 힘듭니다.  2차원의 그림이 레이아웃 단계에서 실제 영상으로 구현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기대 이상의 멋진 샷이 구성되기도 하면서 수많은 변화를 거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레이아웃 파트를 따로 두지 않고 애니메이션 팀에서 맡는 게 일반적입니다.  제가 겪어본 바로는 레이아웃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작업하는 회사를 아직은 못 봤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하지만 애니메이터의 입장에서는 콘티를 받아들고 컷과 컷들이 매끄럽게 연결되도록 만드는 1차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는 건 부담이면서 한편 행운입니다.  작품 연출의 일부분을 맡은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다시 말해 애니메이터들은 자의든 타의든 연출 능력을 요구받고 있는 샘입니다.

 

콘티를 기준으로 배경과 캐릭터를 세팅해서 연기의 동선을 만드는 과정이 레이아웃 단계인데, 이렇게 컷과 컷을 만들어 연결시켜보는 최초의 행위(?)가 애니메이터에게 주어진다니 이 얼마나 흥분되는 일입니까.  실무에서 씬을 분배할 때, 연결되는 몇 개의 컷을 통째로 나누어 가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당연히 자기가 만든 컷을 이어서 붙여보게 되겠지요.  그런데, 콘티상에서는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실제로 만들어 붙여보니 컷과 컷 사이가 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런 경험이 분명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사소해 보이는 그 느낌은 알고 보면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여러분이 알게 모르게 연출자로서의 눈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드리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영화는 컷과 컷이 모여서 전체 작품을 이룹니다.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 컷들을 효과적으로 구성해 나아가는 것이 바로 연출의 가장 기본입니다.  영상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다고 판단 된다면 컷과 컷이 왜 튀는지를 정확히 알고 그걸 능동적으로 수정하기 위해서는 영상 언어를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다시 작업 과정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레이아웃을 만들어가면서 컷의 매끄러운 흐름을 위해 수정이 필요할 경우, 실제 그 컷을 맡고 있는 애니메이터는 감독과 밀접하게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컷을 다듬어 갑니다.  당연히 감독에게서 배우는 것이 많아지게 되겠지요.  

한 가지 예를 들어본다면,

"캐릭터를 화면의 왼쪽으로 조금 옮겨서 배치하라"는 지시가 있을 경우 애니메이터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왜 그래야 하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감독의 입장에서도 같은 수정사항이 더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니메이터를 이해시키야 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애니메니터와 감독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연출적인 마인드를 공유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 "캐릭터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쪽으로 화면의 공간을 더 주어야 한다"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애니메이터의 이해를 돕게 되는데,  바로 이런 내용 하나 하나가 바로 영상 언어를 습득하는 연출 공부입니다.  애니메이터가 연출 능력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이지요.  

 

위의 예처럼, 일을 하는 과정에서 하나씩 배워나가면서 연출자로서 능력을 키워 나아가기도 하지만, 이미 연출자로서의 자질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파트가 애니메이션 파트이기 때문에 애니메이터가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연출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애니메이터들은 특별하게 일의 특성상 필요에 의해서, 또는 자신의 꿈을 위해서 연출을 배우고 싶어 합니다.

 

연출을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방법을 알려줄만큼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연출을 익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스토리보드를 그려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상 언어라는 것이 이야기를 영상으로 시각화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하나 하나의 장면으로 그려서 연결시키다보면 뭔가 부족한 것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것을 채워나아가는 과정이 연출을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여튼 무엇이든지간에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군요. ^^

 

지금 우리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상황에 따라 많은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단점이 있으면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가지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힘들 때가 많지만 그만큼 다방면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이지요.  위의 예처럼 연출부분이 그렇습니다.  나중에 정말로 연출을 맡을 기회가 왔을 때 확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공부합시다.

 

여담입니다만, 제 회사 동료중에 라이팅 파트에서 일하다가 애니메이터가 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실력이 정말 출중합니다.  처음부터 애니메이션 기초를 배우고 시작한 애니메이터보다 뛰어납니다.  그 사실을 처음 알고는 순간 제가 좌절할 정도였으니까요.  '누구는 죽어라고 한 우물만 파도 될까 말까한데... 천재로구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마 다재다능한 사람을 만나면 누구나 그렇게 느낄 겁니다.  그러나 옆에서 지켜 보면서 세상에 저절로 되는 건 없다는 걸 실감합니다.  천재는 99%가 노력이라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진짜 열심히 작업하거든요.  그러니 결과물이 좋을 수밖에요.  게다가 가만 보면 연출자의 눈도 갖고 있습니다.  어쩌면, 라이팅을 하다가 애니메이터가 된 것처럼 어느 순간 감독으로 깜짝 데뷔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 바로 옆의 동료와 친해집시다.  미래의 감독들입니다. ^^

 

2009.7.30

Posted by 김종석
,


<애니메이터는 놀아야 할 의무가 있다>

 

네, 맞습니다.  권리가 아니라 의무입니다.

짐작은 하셨겠지만 일을 안하고 놀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애니메이터라면 누구나 픽사에서 일하고 싶어합니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즐기면서 일하는 그 분위기가 부러워서 그럴 겁니다.  각종 부가영상에 등장하는 직원들의 인터뷰에서 보면 하나같이 너무들 즐거워 보입니다.  일터가 아니라 놀이터처럼 보입니다.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서 인터뷰를 하는데 나쁜 소리를 할리도 없겠지만 그만큼 자부심도 있고 또 실제로 즐겁기 때문이겠지요.  그들은 항상 말머리에서 그럽니다.


"우리 회사는 놀면서 일하는 분위기입니다"


그 말을 표면적으로만 해석해서 '우와, 저 사람들은 스케쥴도 넉넉하고 완전 노는 분위기인 모양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이라고 스케쥴에 대한 압박이 없을리 없습니다.  지구상의 어떤 스튜디오도 시간이 남아돌아서 넉넉한 스케쥴을 주는 곳은 없을 겁니다.  시간은 돈이니까요.  다만 그들은 즐겁게 일해야 즐거운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실천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남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일을 합니다.  남을 즐겁게 해주려면 우리 스스로가 먼저 즐거워야 합니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이유는 그 댓가로 즐거움을 얻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작품이 기대 만큼 재미가 없다면 그건 관객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는 실사 영화에서의 배우입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연기하도록 만드는 건 애니메이터입니다.  즉 애니메이터는 영화에서의 배우라는 의미이지요.  영화에서 배우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 두 말 하면 잔소리입니다.
'그 캐릭터 정말 골때렸어'라고 웃으며 기억할만한 캐릭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애니메이터는 마음이 우선 즐거워야야겠지요.  재미있는 캐릭터를 연기 시키기 위해 억지로라도 즐거워야 합니다.  애니메이터는 개그가 일상이 되어야합니다.  창의적인 장난을 많이 치는 사람일수록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많아서 평범한 샷도 재미있게 만들어냅니다.

 

재미있는 작품, 돈이 되는 작품이 나오기 위해서 우리 애니메이터들은 즐겁게 일해야 합니다.
일하는 것은 놀이가 되어야 하지만 일을 하면서 동시에 놀 수는 없습니다.  작업중에는 작업에 집중해야지요.  일하는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야 합니다.  일터를 놀이터로 만들어야 합니다.  살인적인 스케쥴 속에서도 우리는 '악착같이' 즐겁게 일해야 합니다.  

 

애니메이터들은 기본적으로 끼가 있습니다.  장난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 때로는 진중해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장난기를 눌러 잠재웁니다.  그러나 억지로 그러지는 말자구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진지함을 좀 버리고 신나게 놀아 봅시다.  그렇게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있겠느냐 말하고 싶으실 겁니다.  한 번에 회사의 분위기를 바꿀 수 없다면 바로 옆의 동료와 허물없이 장난치는 것부터 해보면 어떨까요.  애니메이션 팀만이라도 신나는 분위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뻘짓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잠깐입니다.  '쟤들은 원래 저래'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그건 칭찬입니다.  몸과 마음이 즐겁다면 그들이 만들어내는 캐릭터의 액팅 역시 재밌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에 제가 생각하는 애니메이터가 왜 의무적으로 놀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입니다.

 

애니메이션 회사는 기본적으로 분위기가 자유분방하지만 직위와 직책이 있는 조직사회라 의외로 경직되어 있는 회사도 있습니다.  그 안에서 놀며 일하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겠지요.  회사의 분위기는 CEO의 마인드에 따라서 바뀌기도 하지만, CEO의 입장에서 보면 직원들이 즐거운 분위기를 스스로 만들어가기를 원할 수도 있습니다.  기왕 일하는 거 재밌게 일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중에 사장님, 감독님, 이사님, 팀장님들이 계십니까?
돈 버는 작품 만들고 싶으시죠?

애니메이터들을 신나게 놀게 해주세요!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2009.7.29

Posted by 김종석
,


"끊임없이 공부해야 살아남는다"라는 글에서 밝혔던 저의 평소 공부 방법이 크게 아래의 세 가지인데,

 

1. 해외에서 활동하는 다른 애니메이터들의 팁을 익힌다
2. 좋은 작품들 속의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분석(?)하고 따라해 본다
3. 과거의 유산(?)에서 배운다

 

위 세 가지 방법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해외에서 활동하는 다른 애니메이터들의 팁을 익힌다.

이 경우에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애니메이터를 일부러 배제한 것은 아닙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실력있는 애니메이터들도 많이 있는 줄은 알지만 온라인으로 정보를 주고받을만한 통로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해외로 눈을 돌린 것입니다.  특히 픽사의 여러 애니메이터들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최신 정보와 작업 노하우를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만 갖는다면 배울만한 정보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제가 거의 매일 들르는 세명의 애니메이터 홈페이지가 있습니다.  블루스카이에 계시다가 지금은 블리자드로 옮기신 이문성님, 그리고 애니메이터 Keith Lango와 Carlos Baena의 홈페이지입니다.

 

이문성님 싸이트의 경우에는 국내의 애니메이터들이 사랑방처럼 오며가며 좋은 정보들도 주고 받고 또 짧은 클립들의 크리틱도 주고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또 기초적인 애니메이션 자료들도 업데이트 되고 있어서 굳이 다른곳을 찾지 않더라도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죠?

 

Keith Lango의 홈페이지는 'pose to pose - pop through animation'을 비롯하여 많은 구체적인 튜토리얼을 제공해서 한 번씩만 따라해 봐도 스스로 한 발짝 크게 도약할 수 있는홈페이지입니다.  그는 특히 옛날 워너브라더스의 애니메이션 황금기 작품들을 매우 좋아해서 그 시절의 카툰 애니메이션 느낌을 3D 애니메이션과 접목시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어서 언젠가는 좋은 성과를 내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Carlos Beana는 픽사의 애니메이터인데 역시 애니메이션 관련 리소스들이 풍부하고 픽사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하는 소소한 정보를 가끔 얻을 수 있기도 합니다.  Animation Mentor의 핵심 인물이기도 해서 자신의 노하우를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있지요.

 

Keith Lango와  Carlos Beana의 경우 영어로 된 싸이트인지라 언어의 장벽이 있기는 하지만 최고의 실력을 가진 애니메이터이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배우고 연구하는 모습에서 배울점이 참 많습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블러그이기 때문에 자신의 관심사들을 중심으로 글이 포스팅되기는 하지만 그 사람들이나 우리나 다 같은 애니메이터들이라 관심사들 또한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굳이 이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한 싸이트만 들어가면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더 좋은 싸이트는 얼마든지 많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자주 찾는 좋은 싸이트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이문성(http://www.moonsunglee.com/)
Keith Lango(http://www.keithlango.com/)
Carlos Beana(http://www.carlosbaena.com/)

 

 

2. 좋은 작품들 속의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분석(?)하고 따라해 본다

대부분 애니메이터들이 그렇겠지만 매년 픽사의 작품이 공개될 때마다 적잖이 자극을 받습니다.  모든 작품이 똑같이 재미있는 건 아니지만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 명품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지요.  극장에서 볼 때는 스토리에 빠져서 즐기다가 끝나지만 나중에 DVD나 각종 소스들을 통해서 좀 더 세밀하게 보면 캐릭터 애니메이션의 출중함에 혀을 내두르게 됩니다.  그러다가 특별히 눈길을 사로잡는 액팅이 있으면 수없이 반복해서 보고 한 프래임씩 뜯어보는데, 그때 배우는 게 정말 많습니다.


한 번 볼 때는 왜 좋은지 몰랐다가도 동작속에 숨어 있는 한 프래임의 비밀을 찾아낼 때, 정말 눈이 확 떠지는 느낌이지요.  우리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애니메이션 원리들이 어떤식으로 적용되었는지, 또 어떻게 변형되고 발전되어 적용되는지, 하나의 동작에서도 배울 것이 참 많습니다.  그걸 찾아내면 어떤식으로든 내가 회사에서 작업하는 씬에 적용시켜보기도 하고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뭘 알아야 좋은 작품을 봐도 왜 좋은지 알게 된다는 건데, 반대로 수없이 반복해서 보다 보면 뭔가를 새롭게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자세만 있다면 소스는 무긍무진하지요.

 

 

3. 과거의 유산(?)에서 배운다

우리가 기본으로 알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12가지 원리는 과거 디즈니의 애니메이터들로부터 시작해서오늘날까지 캐릭터 애니메이션의 바이블처럼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2D에서 3D로 넘어오면서 조금씩 발전어 몇 가지가 추가되어가기도 합니다만, 기본적인 원리는 결코 색이 바래지 않습니다.


많은 애니메이터의 홈페이지에 가장 기본적인 내용으로 다루어지기도 하지만 그 내용이 적혀있는 책은 "The Illusion of Life" 입니다.  아마 그 두꺼운(!) 책을 갖고 계신분들도 많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책을 찬찬히 읽어보신 분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네요.  많은 사진 자료들과 주옥같은 내용들이 가득하지만 대부분 그냥 훑어보고 "The Principles of Animation" 파트만 주의 깊게 보게 됩니다.  당연하지요, 우리는 애니메이터니까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역시 언어의 장벽이 가장 큰 걸림돌이지만 어느날 무심코 앞에서부터 한 대목씩 읽어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완전 노다지를 발견한 것처럼 눈이 똥그래졌지요.  그만큼 그 책에는 애니메이션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싶어하는 많은 내용들이 두꺼운 책 만큼이나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여기 저기 널려 있는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지식들은 90% 이상 그 책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 책을 전부 읽었다는 건 아닙니다.  저도 겨우 일부분만 정독했는데, 번역본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The Illusion of Life" 만큼이나 바이블인 "The Animator's Survival Kit"도 있지요.  얼마전에는 16장의 DVD와 함께 세트가 발매되었지만 우리 돈으로 100만원이 넘는 가격 때문에 도저히 개인이 소장하기에는 무리이지요.  이 책은 한글 번역본으로 나와 있는데, 번역이 아주 충실하고 훌륭하게 되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관련 번역본중에서는 최고인 것 같습니다.  어느 회사건 애니메이터들이 한 권씩은 꼭 갖고 있지요.  그만큼 실질적이고 충실한 내용들로 가득해서 이 책의 내용만 제대로 익힌다면 그야말로 애니메이터들의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놀라운 것은 수없이 보아온 책이지만 가끔 한번씩 펼쳐보면 항상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실무에서 겪어봐야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것들이 많아서 한 번씩 펼쳐볼 때마다 "앗, 얼마전에 이것 때문에 고생 했는데 여기 해결방법이 있었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수시로 펼쳐보는 책입니다.

 

과거 애니메이션 황금기에 활약하던 디즈니나 워너브라더스의 애니메이터들이 남긴 수많은 팁과 노트들은 머리로만 알고 있을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컷들에서 바로 적용시킬 수 있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지식입니다.  알고 있다면 어떤식으로든 적용시켜 봅시다.

 

그 외에도 좋은 책들은 정말로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서점에서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책들이 종종 신간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정말로 도움이 될만한 책은 드뭅니다.  저도 대부분의 책을 아마존을 통해서 구입합니다만, 새로 나오는 책들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단 한 권이라도 깊이 있게 정독하기를 권합니다.

-----------

끊임없이 공부해야 살아남는다는 얘기를 하다보니 개인적인 예를 들게 되었는데 아마도 누가 굳이 공부하라는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애니메이터들은 생활속에서 끊임없이 배워 나아간다고 봅니다.  길을 가다가 사람들이 걷는 모습을 유심히 보거나, 길을 가로지르는 고양이를 보더라도 그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은 스스로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 모두 그렇죠? ^^

 

2009.7.28

Posted by 김종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