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나는 정리를 잘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책상위, 책상서랍, 책꽂이 할 것 없이 모두 반듯하다.
가끔 결벽증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무엇이든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필요로 할 때 바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하다가 도구가 필요할 때, 그걸 찾다가 일을 못한다면 시간이 아깝잖은가.
정리의 기본은 분류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요소들을 연관성 있는 목록별로 분류하는 것이 정리의 기초가 되겠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목록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로운 무엇인가를 기존의 목록 안에 분류할 때, 어느 목록에도 속하지 않는 애매한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결국 새로운 목록을 추가한다.
나중에는 목록의 목록을 만들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미 분류해 놓은 것을 다시 찾기도 만만치 않다. 이것이 어떤 목록으로 분류가 되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Images from Disney,Pixar <WALL-E>
요즘은 모든 것들이 펜과 칼이 구분되듯 또렷하게 나뉘질 않는다.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리라.
요즘 세상은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이리라.
그렇다고 한 군데 뒤섞이는 건 곤란한데...
201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