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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3 당근과 채찍 vs. 동기부여 7
 

최근, 며칠의 간격을 두고 흥미로운 몇 개의 글을 접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보상, 이른바 "당근과 채찍"의 방법이 요즘처럼 복잡한 사회구조 속에서는 오히려 생상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 내용들은 그저 막연한 생각들을 정리한 글이 아니라 권위있는 연구소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연구한 결과들이 자료로 포함되어 있었다.
 
목표로 하는 성과를 빠른 시간에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보통 "보상"을 당근으로 내놓는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것이 잘 활용되는 것처럼 보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당연히 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
"스케쥴 안에 결과물을 만족스럽게 내면 보너스와 휴가를 주겠다"고 하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당연히 더 집중해서 일을 할 것이고 보통 때보다 더 빠르게 일을 끝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적인 결과이다.
하지만 그것이 항상 옳지는 않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항상 옳지는 않다'는 말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는 뜻이다.  당근 효과가 제대로 먹혀드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기계적인 단순 작업의 경우에는 보상의 효과는 뚜렷하게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폭넓은 사고를 필요로 하는 21세기의 업무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난다"
 
정말 그럴까?  고개를 갸우뚱 했다.  설마...하고.
 
하지만 과학적인 증거가 있다.  그것도 반 세기가 넘는 아주 오래된 실험이...
난 그 실험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처음 접하는 내용이기도 했지만 창의적은 일을 하는 우리들 같은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문제라고 느꼈다.
 
아래는 그 유명한 "촛물문제"에 대한 설명을 담은 유튜브의 동영상이다.
 
(View subtitles을 클릭해서 korean을 선택하면 한글자막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요점만 말하자면,
문제 해결을 위해 인센티브가 주어지면 그 문제에만 시야가 집중하게 되어 생각의 폭은 좁아지게 되므로 폭넓은 사고를 필요로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인센티브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조립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방법을, 창의적인 일을 하는 예술가들에게 적용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좋겠다.
 
당근과 채찍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21세기형에 맞는 효과적인 생산성 향상의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한 해답도 간단하게 제시하고 있다.  
바로 "내적인 동기부여"가 그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1.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2. 좋아해서
3. 재미있어서
4. 중요한 것의 일부여서
 
어찌보면 우리의 일상에서 항상 피부로 느끼는 내용들이다.
애니메이션 업계의 이직율이 상당히 높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바로 이어지는 프로젝트가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인원들을 감축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사실 프로젝트 중간에 퇴사하는 사람들의 비율도 무시할 수 없다.  내가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그들 대부분이 말하는 이유는 비슷하다.  "소모품 취급 당하는 것이 싫다" 라는 이유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싶지만 회사에서는 단순 작업자를 원하기 때문에 일에 재미가 없다는 말이다.  그들에게는 아무리 좋은 당근을 코 앞에 제시해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기계적인 노동을 하는 단순 작업자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바로 내적인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직원들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서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하고 더 나아가 회사에 인재를 남기기 위해서는 바로 위에 제시한 4가지의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그런 "내적인 동기부여"를 줄 수 있을까?
우연의 일치인지, 위의 내용을 접한 비슷한 시기에 아래의 글을 접했다.
미국의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출간하는  Harvard Business Review  라는 책에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글이 있다.  "무엇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가?" 라는 제목의 연구 내용인데 아주 흥미롭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원문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오랜 시간동안 많은 직장인들에게서 그날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한 일과 무엇이 동기부여를 했는지 등등을 일기 형식으로 이메일을 모았다.  약 12,000개에 달하는 일기를 종합해서 얻은 결과,
그들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은 "일에 대한 진전(progress)" 이었다.  다시 말해 자기가 맡은 일이 조금씩 진전되어가고 있다고 느낄 때, 가장 큰 만족감과 동기부여를 얻는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회사 경영자들과 관리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잘한 일에 대한 보상"보다 훨씬 높은 순위였다.
 
 
반대로 업무에서 무기력함을 느끼는 순간은 매일 하는 일이 제자리에서 멤돌고 있다고 느끼거나 장벽이 가로막고 있을 때를 꼽았다.  위에서 말한 단순 작업자 취급을 받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바로 그런 순간일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수많은 창작자들의 결과물이 조화된 하나의 집합체이다.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는 한 사람의 결과물이 아니다.  나 하나 잘났다고 다른 사람들을 단순 작업자 취급을 한다면 결코 성공적인 작품이 탄생하기는 힘들다.  작품의 기획에서부터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가치있는 일이라고 느끼게만 해준다면 아마 일부러 내쫓으려고 해도 붙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대부분 애니메이션 기업들에서는 오늘도 여전히 수많은 예술가들이 단순 노동자 취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그렇다고 절망하기엔 이르다.  문제가 있는 곳에 반드시 기회도 같이 있는 법이다.  권한이 있는 사람들이 생각을 조금만 바꾼다면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회사들은 그야말로 빅뱅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행동"이 과연 언제 시작될 것인가다.
 
2010. 4. 23
 
 
참고글 :
■ Harvard Business Review The HBR List : Breakthrough Ideas fo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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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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